1.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과 제주특별자치도 실현 등 제주도의 위상과 도민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제주의 대형 현안’들이 중앙 정치권의 입김에 놀아나거나 휘둘린다면 정상적이라 할 수가 없다.
물론 제주국제자유도시나 제주특별자치도의 실현은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인구나 면적 재정능력 등 규모의 세(勢)에서 전국 1%선에 불과한 제주도로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의지에 따라 지역현안 실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같은 제주적인 상황이 중앙정치권에 휘둘리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제주국제자유도시나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은 정치적 흥정의 산물이 아니라 국가 발전 전략차원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가 국가경쟁력 제고와 맞물린 정책이라면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모범을 제주에서 찾으려는 정부의 실험적 정책소산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제주의 현안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은 당연하지만 중앙 정치권에 휘둘리어선 안되는 이유다.
2.
이를 전제로 할 때 최근의 중앙정치권과 제주도의 행보를 보면 제주의 정체성과 관련해 우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 관련 국가정책이 중앙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리고 이에 제목소리를 내어야 할 제주도 당국이 은근히 편승하여 국면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행정계층구조 개편과 관련한 행보가 그렇다.
도는 그동안 특별자치도 실현에 앞서 ‘고비용 저효율’의 행정구조를 ‘저비용 고효율’의 행정구조로 개편하기위한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시ㆍ군 및 시ㆍ군 의회 폐지를 골자로 한 혁신안과 현행 체제에 일부 손질한 점진안 등을 놓고 도민의 선택을 가리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도 당국의 속내는 시ㆍ군의회 폐지와 시장 군수 임명제등이 포함된 혁신안에 있었지만 도내 4개 시ㆍ군 단체장과 의회 의원들의 반대에 냉가슴만 앓아왔다고해고 과언이 아니다.
혁신적 행정구조 개편안을 고집할 경우 내년 6월 선거를 치러야 할 단체장으로서는 상당한 모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3.
그런데 최근 중앙 여겲?정치권의원들이 현행의 행정계층구조를 도시는 인구 100만명, 농촌은 30만명에서 50만명을 기준으로 광역과 기초단체를 통폐합하고 전국을 70여개 지차체로 단층화하는 방안을 의원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행정계층구조 개편과 관련한 도당국의 행보는 ‘일단 멈춤’이다. 행정계층구조와 관련한 국회차원의 논의를 지켜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도당국의 행보를 이해 할 수 없다.
지금까지 행정계층구조 개편 작업은 제주특별자치도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타 지자체의 행정구조와는 다른 제주도만의 특별한 행정계층 구조가 제주특별 자치도의 필요충분 조건이어서 그렇다.
여타 시도과 같은 행정계층구조로 개편한다면 제주특별자치도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무 의미도 없는 말장난에 불과 할 뿐이다.
제주도 당국이 시끄러운 걸 피해 갈 요량으로 국회쪽 논의를 지켜 보겠다는 것은 행정계층구조 개편 작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거슬러 비약한다면 ‘제주특별자치도’까지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이렇다면 제주도의 문제에 능동적ㆍ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중앙정치권의 움직임에 눈치나 보는 ‘무소신 도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제주도가 중앙정치권의 노리개인가. 제주도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행정계층구조 개편만이라도 소신있게 제목소리를 내는 도정이 보고 싶다는 도민들이 최근 부쩍 많아 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