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단 곰솔 ‘재선충과 전쟁중’
산천단 곰솔 ‘재선충과 전쟁중’
  • 정흥남 기자
  • 승인 200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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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감염목’ 또 발견...제주시, ‘3개 대책’ 마련

문화재청, 16일 전체회의서 ‘擇一’...불안감 확산
제주시내 ‘재선충 소나무’ 모두 23그루로 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해송으로 기록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 160호인 제주시 아라동 소재 산천단 곰솔.
한번 걸리면 치료가 불가능,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려지고 있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산천단 곰솔들도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곳과 불과 10km 떨어진 제주시 오라동 소재 골프장 인근 임야에서 잇따라 소나무 재선충이 발견되면서 불안감이 이곳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곳과 불과 500m 정도 떨어져 있는 삼의악에서 ‘재선충병 의심목’이 발견되기도 했다.
다행히 이 의심목은 조사결과 자연고사 한 소나무로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도 이곳 산천단 곰솔이 소나무 재선충병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다.

곰솔을 아예 포장?

제주시는 최근 산천단 곰솔을 재선충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현재 3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제주시는 이들 계획을 문화재청에 제출, 오는 16일 문화재청에서 열리는 문화재위원회 전체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제주시가 마련한 대책 가운에 하나는 산천단 곰솔 8그루를 아예 다른 나무들과 격리시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제주시는 이를 위해 곰솔 인근에 거대한 그물 등을 설치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5억원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제주시는 이와 함께 수세 보강사업과 재선충병 감염을 마기위한 방역활동 강화 등 모두 3가지 안을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제주시는 16일 문화재 담당을 직접 문화재청에 보낼 계획이다.

재선충병 추가 발병

제주시는 14일 이달 들어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1그루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제주시는 지난달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의심목’ 15그루를 국립임업연구원에 보냈는데 국립임업연구원은 이들 가운데 1그루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 지난 3일 이를 제주시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제주시 지역에서는 지난해 9월 30일 오라골프장 인근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4그루의 소나무가 발견된 이후 계속 늘기 시작. 지난달 3그루와 이달 1그루 등 모두 23그루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됐다.
이번에 재선충병 소나무가 발견된 곳은 오라골프장과 검은오름 사이 임야.

제주시는 이번 재선충병 추가발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재선충병이 발견된 지역은 지난해 처음 발견된 제주시 오라골프장과 노형동 한라수목원 일대 소나무 밭에 한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로에선 500년 수령

산천단 곰솔은 우리나라에 자라고 있는 곰솔 중에 가장 큰 나무.
산천단 곰솔은 나무의 키가 30m나 되고 가슴높이 둘레도 무려 6m에 달하는 거대한 소나무.
1470년 부임한 이약동 제주목사가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게 된 것이 산천단의 유래가 되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제례나 민속행사가 사라졌지만 아직도 이곳은 마을제를 지내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 체전의 성화를 채화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산신제를 지낸 지 530여년이 흘렀으므로 이 나무들은 적어도 500살은 충분히 넘은 것으로 보인다.
산천단의 곰솔은 이와 같이 성스러운 곳에 자리한 덕택에 잘 보존 되어 온 것이다.
물론 이처럼 유서 깊고 웅장하게 자란 곰솔이지만 고난의 세월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최근까지도 이곳의 한 가운데로 도로가 관통해 원형이 많이 훼손되었는가 하면 벼락으로 죽은 나무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1964년 천연기념물 160호로 지정하여 보존조치가 이루어짐으로써 지금은 상당부분 원형을 회복하고 그 옛날의 향기와 신령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풍치를 보여 주고 있다.

500년간 제주 민초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산천단 곰솔이 또 다시 찾아온 이 역경을 어떻게
극복할지 자못 궁금하다.<정흥남 기자 designtimesp=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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