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결혼을 위하여-오태익
준비된 결혼을 위하여-오태익
  • 제주매일
  • 승인 201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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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날씨가 겨울임을 알게 한다.

제주에서는 겨울에 밀감수확이 끝나면 여기저기서 잔치 소식이 들린다. 마치 밀감을 따면서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의 입심으로 중매가 이루어져서 그런 것처럼 생각될 정도다. 통계를 본 일은 없지만 육지부에서보다 제주에서가 겨울철 결혼이 많은 것 같다. 이제는 무더운 여름을 제외하곤 언제든 결혼식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그렇다.

부모가 50대 후반에 접어들면 자녀결혼이 큰 숙제로 다가온다. 정년이 가까워져서 비용문제와 결혼상대자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사람을 보게 된다. 마땅한 결혼알선업체가 없는 제주에선 연애결혼이 아닌 경우 배우자감을 고를 기회가 없어 혼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늘구멍인 취업문을 뚫고 좀 근무를 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결혼문제가 닥쳐오기 마련이니 연애결혼도 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처음부터 직장생활에 적응하기는 어렵다. 결혼문제는 우선 직장생활에 적응하고 난 다음의 일이어서 연애결혼에 덜 신경을 쓰다가 부모가 중매를 하는 선으로 넘어오면 조건이 맞지 않아서 탈이다. 어느 누가 아무 남자나 또는 아무 여자나 택해서 결혼을 하게 될까. 소개를 받는 족족 대화를 해보지만 성에 안 찰 것은 너무 당연하다. 처음부터 자기의 욕심을 온전히 내려놓으려는 결단 없이는 중매의 성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준비하지 않고, 혼수를 준비하며 결혼식을 준비한다. 혼수도 결혼식도 중요하고 정작 중요한 것은 결혼을 준비하는 마음이 아닐까. 요즘 결혼식장의 전면에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본다. “아무 개와 아무 개가 오늘 결혼합니다.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라고 어디서든 똑 같은 글귀를 본다.

함께 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결혼해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함께 살다보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불편하면 당연히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태어나서 결혼하기까지 요즘 결혼적령기인 30세 전후까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했기에 성격도 다르고 모든 게 다를 수밖에 없다. 그 갈등을 극복하면서 성장하고, 성숙해지면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다. 함께 살면서 서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용서와 관용, 양보, 배려와 존중이 조화와 균형을 통해 성숙한 결혼생활이 이루어진다.

결혼할 당사자 본인이 생각하는 아무 것도 맞지 않을 때 혼기를 놓친다고 적당히 넘어가는 것은 후일 이혼의 불씨를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이다. 이 세상에 결혼한 부부들 가운데 한 번이라도 이혼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성싶지 않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준비 없는 결혼은 실패하기 쉽다. 요즘 다섯 쌍이 결혼하면 두 쌍이 이혼한다는 얘기를 새겨들을 일이다. 실패한 결혼을 만회하고자 다시 재혼을 해도 마찬가지로 실패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한 세상 살아가는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힘들지만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극복이 된다.

연애결혼을 하던 중매결혼을 하던 일정기간 사귀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준비된 결혼을 위함이다. 연애를 하는 기간엔 오직 상대방의 좋은 점만 눈에 띄고, 몇 시간이나 함께 있고 싶은 심정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성격이나 대인관계 또는 직장 등을 미리 살피는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결혼이 되는 첩경이다. 똑 같은 문제도 일단 결혼하고 나면 여러 가지로 달라진다. 자녀, 재산 등 그런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살기는 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결혼이 얼마나 많은가.

혼기에 찬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적절한 시기에 자녀와 결혼에 대한 얘기를 함으로서 연애결혼이 아니면 이런저런 모양으로 준비를 해야 할 터이다. 물론 연애를 하는 상대가 있더라도 형편에 맞는지 살펴보고, 방향을 잡아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는 예부터의 말은 맞는 말이다. 결혼은 부모를 떠나 서로 하나 되는 일이다. 자신과 배우자의 원 가정이 어떤 가정이었는지 가족관계를 알아야 하고, 가족 관계를 성숙시켜 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준비하지 않았을 때 위기가 오면 위험에 빠진다. 준비된 결혼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오태익-제주매일 객원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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