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어느 외국 시인의 싯귀다. 날개는 있으되 펴지 못하니 추락하는 것이리라. 제주관광이 그런 꼴이다. 추락하는 제주관광, 그 끝은 어디인가.
제주관광의 추락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80년대 말부터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제주관광은 서서히 퇴조의 길로 접어들어 ‘한국 관광의 메카’니 ‘관광 1번지’니 하는 구호가 무색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제주관광의 퇴조현상은 통계수치가 잘 말해 준다. 제주도가 지난해 관광객 유치 목표 500만 명 달성이 무산된 가운데 올 목표를 510만 명으로 상향조정했으나 오히려 올 들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는 것이다.
제주관광의 부진상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관광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 큰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항공운임 인상 등으로 제주관광의 가격 경쟁력이 한층 얇아졌을 뿐 아니라 장기간의 국내 불경기도 제주관광의 퇴조를 부채질하고 있으며, 더욱이 고속철 운행, 금강산 육로관광 개시, 다른 지방의 분발 등이 겹치는 데다 주5일 근무제 확대 시행에 따른 관광패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도 제주관광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순수 일반 관광객이 줄어드는 추세에 따라 당국이나 업계가 외형 불리기에 손쉬운 수학여행 등 단체관광 유치로 눈길을 돌리게 돼 제주도가 ‘덤핑 저가 관광지’로 전락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을 유인할 만한 제주만의 것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년 제주관광의 경쟁력 상실을 피부로 느낀다”는 한 관광사업자의 말은 오늘날의 제주관광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