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에 좋은 추억 사라져요”
“담배 연기에 좋은 추억 사라져요”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3.0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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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3층 대합실 ‘흡연실’ 없어
상당수 입구 주변서 ‘줄담배’
“제주 여행의 끝은 뿌연 담배 연기네요.”

추모(39·여·강원)씨는 제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 대합실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한 후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뿌연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 올라왔다.

추 씨의 7살 난 딸도 연신 뿜어대는 담배 연기에 급기야 코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추 씨는 딸의 손을 잡고 서둘러 대합실 안으로 들어갔다. 추 씨는 3박 4일간의 제주 여행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나 돌아가는 동안에는 담배 연기만 생각나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 대합실 앞에 옥외 흡연실이 설치돼 있지 않아 여행을 마친 관광객들이 어쩔 수없이 담배 연기를 마시고 돌아가고 있어 제주 관광의 이미지 실추 우려를 낳고 있다.

16일 오전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 대합실 앞.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는 관광객과 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한데 엉켜 뿌연 담배 연기를 허공에 내뿜고 있었다. 때마침 택시에서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내리고 있었지만 흡연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 연기만 내뿜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가 지난해 12월 공항 1층 도착 대합실 앞 2곳에 흡연자들을 위한 별도의 흡연실을 설치했지만 소용이 없는 듯 했다.

관광객 김모(42·서울)씨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매스꺼운 담배연기 냄새가 확 느껴져 기분이 언짢았다”며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서 이렇게 담배를 피우면 아이들을 데리고 온 관광객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1층 도착 대합실에 앞에는 흡연실이 따로 설치돼 있는데 3층 출발 대합실에는 왜 흡연실이 마련돼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면서 “‘화장실 갈 때와 올 때가 다르다’는 말처럼 관광 올 때와 갈 때가 다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

3층 도착 대합실 앞 주변 곳곳에는 임시흡연장소를 가리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그런데 안내문에는 ‘흡연실 설치가 완료되기 전까지 이용객들의 협조를 당부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언제까지 설치하겠다’는 등의 정확한 안내는 없었다.

더구나 임시흡연장소가 공항 이용객들의 왕래가 많은 1번 게이트 등에 위치해 있어 수십명의 흡연자들이 한꺼번에 담배를 피울 경우 비흡연자들은 코를 막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는 실정이다.

반면 옥외 흡연실이 공항 1층에만 설치돼 있어 어쩔 수 없다는 흡연자들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모(26)씨는 “흡연실이 1층에만 설치돼 있다 보니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불편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1층 옥외 흡연실과 마찬가지로 3층에도 흡연실 설치가 바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설계가 갑자기 변경되면서 늦어지게 됐다”며 “1층과는 달리 3층에는 기둥이 없고, 고가도로까지 있다 보니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설계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3층 옥외 흡연실 설치 시기가 유동적이긴 하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설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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