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공동주택 감소 등 영향···관련업계 ‘울상’
“신구간이 다가오면서 특수를 기대했는데 예약 문의전화가 없네요. 신구간 특수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돼 버린 것 같습니다.”제주지역의 전통 이사철인 신구간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삿짐 업체 등 관련 업계들은 예년처럼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구간은 대한(大寒) 후 5일째(1월 25일)부터 입춘(立春) 전 3일(2월 1일)까지 약 1주일간으로, 이 기간에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간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예부터 제주에서는 지상의 신들이 자리를 비운 신구간에 이사나 집수리 등 큰 일을 하면 탈이 없다는 풍습이 내려오고 있다.
때문에 도민들은 신구간에 새 집으로 입주를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다. 따라서 신구간을 앞두고 제일 바쁜 곳은 이삿짐 업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년 같았으면 신구간을 앞두고 이삿짐 업체에 예약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았을 테지만 올해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신구간 기간 직전 주말인 19일부터 신구간이 끝나는 다음달 1일까지 접수된 이사 예약건수는 하루 평균 1~2건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하루 평균 3~4건씩 있었던 지난해에 비해 감소한 것이다.
이삿짐 업체 직원 김모(30)씨는 “예년에는 신구간이 다가오면 빗발치는 예약 문의전화에 업체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면서 “그런데 신구간에 이사를 해야겠다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신구간이 다가와도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구간 이사가 줄어든 것은 신규 주택 공급이 늘어났지만 분양률이 저조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제주시에 따르면 올해 신구간에 입주할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말까지 사용승인을 받거나 받을 예정인 공동주택은 120건 4357가구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구간에 공급된 2300가구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은 물량이다.
여기에 신구간을 고집하지 않고 이사를 하는 젊은 층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신구간 이사가 사라지게 된 또 하나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 이사를 한 서모(33·여)씨는 “신구간에 더 바쁘고 정신 없을 것 같아 며칠 전에 이사를 마쳤다”며 “주위에 친구들도 이번 주말에 이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는 신구간을 맞아 제주시나눔장터위원회와 공동으로 오는 26일 제주시종합경기장 야구장 동측에서 ‘신구간 나눔장터’를 운영한다.
나눔장터는 이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며, 이사 등으로 발생하는 재사용 가능한 가구와 가전제품, 의류, 도서 등이 무료로 제공되거나 교환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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