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덕담
설 연휴 덕담
  • 김덕남 대기자
  • 승인 2005.0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인들은 이재(理財)에 밝다고 한다.
중국 대륙을 제외한 전 세계에 흩어진 화교(華僑)들 가운데 재산이 5억달러(약 6천억원)가 넘는 재산가가 146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 세계 60여개국 5천7백만명의 화교가 보유한 유동자산이 90년대 중반 이미 2조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은 바로 중국인들의 밝다는 이재를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들 화교들의 돈 벌이는 미국겴瞿퍊유럽연합(EU) 등 세계경제 3대축을 무너뜨릴 가장 강력한 경제파워다.

▶심양에 사는 왕서방이 방서방을 만났다. 방서방은 도시에서 장사를 할 요량으로 시골 재산을 정리하고 올라온 터였다.
당시 심양에는 술도가가 성업중이었다. 그래서 왕.방 두사람은 합자(合資)해서 술을 빚어 팔기로 했다.
왕 서방이 “당신은 쌀을 대면 나는 항아리와 물을 대겠다”며 방 서방에게 제안했다.
“내가 쌀을 모두 내면 계산은 어떻게 하느냐”고 방서방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왕서방은 거침없이 똑 부러지게 약속했다.
“나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오. 술이 다 익은 다음, 당신은 당신의 쌀과 내가 대준 항아리를 모두 가져가고 나는 물만 가져가면 될 것이 아니오”.
술을 가져가는 사람과 술 찌꺼기와 술항아리를 가져가는 사람 중 누가 이재에 밝은 지는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재에 밝은 중국인을 빗대는 우스갯소리지만 중국인들의 돈벌이 관심은 주고 받는 새해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설 명절 때 “궁시피차이(恭禧發財)”라고 새해 인사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우리말로 “돈 많이 버시라”는 덕담이다.

▶최근 3∼4년 사이 우리의 설 명절 덕담도 ‘돈’ 쪽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에서 “돈 많이 버세요”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를 많이 주고받는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쪼들리는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너무 “돈 돈”하며 뭔가 소중한 가치들을 잃어버리는 세태의 삭막함에 가슴이 아려온다.

설날을 세배 돈 받는 날고 길들여지며 즐거워하는 고사리 손바닥에 얹어지는 것이 지폐의 색깔이나 무게만이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인정이 소복하게 쌓여졌더라면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설 명절이 되었을 것인가.
설 연휴가 끝나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새해 덕담이 돈 이야기가 아니고 아직도 온기를 잃지않은 사랑이야기였었다고 고집한다면 한물 간 구닥다리 센티멘털 때문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