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1-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⑴ 35세 최강서. 두 아이의 아빠. 부산 한진중공업 젊은 노동자. 노조활동에 앞장 선 게 밉보여 158억 손해배상 가압류 소송당함. 국회 중재로 최근 복직했으나 회사는 소송취하 약속을 어기고, 강제휴업이라며 또 쫓아냄. 결국 대선 뒤 12월 21일 노조사무실에서 자살.
⑵ 42세 이운남.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 용접공. 2004년 비정규노조를 만들었다가 심하게 맞고 집단해고됨. 정신적 후유장애가 여전했으나 택배와 택시운전 일하며 복직노력. 최강서 씨 소식을 접하고 22일 투신 자살.
⑶ 41세 최경남. 서울 민생민주평화통일민권연대 열성회원. 대선결과와 노동자탄압 현실을 우려하며 22일 자살
⑷ 47세 이호일. 한국외대 노조지부장. 2006년 무더기 해고됨. 3년 소송 끝에 부당해고 판결 얻고 최근 복직. 그러나 대학당국의 모욕과 줄소송에 시달림. 소송빚과 생활고에 힘들어하다 성탄절에 자살. 영안실을 지키던 해고동료 이 아무개씨도 충격에 26일 심장마비 급서.
# 장면2- 12월 20일의 두 풍경
⑴ 울산시의회는 현대차 비정규직 지원안건, 원전안전 관련안, 학교비정규직 교육감 직고용 조례 등을 돌연 부결시킴
⑵ 전남도의회는 비정규직 권리보호조례(체불기금설치 등)를 재석 만장일치로 통과, 제정.
100% 국민행복 박근혜 시대를 향한 환호는 뜨거운데, 노동자들의 주검은 싸늘하고 처지는 처연하다. 지난가을 쌍용차 국회청문회를 통해 회계조작에 의한 무리한 정리해고 시도가 밝혀졌는데도 대화를 거부당한 노동자들은 40여일째 칼바람 송전탑에서 절규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철탑 칼날 위에 70여일째 서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지켜주세요. 노조를 인정해 주세요.’ 라는 상식을 호소하는데, 회사는 너흰 나가라며 선별신규채용으로 쉬쉬 끝내잔다. 사람목숨보다 귀한 정치란 없을진대 박근혜 후보도 약속한 ‘쌍용차 국정조사’는 어째서 감감무소식일까? 법과 원칙을 부르대던 메이저 언론들은 다 어디로 증발한 걸까?
연말연시 노동자들의 절규는 저멀리 철탑에만 있지 않다. 청소, 행정보조, 급식조리원 등 제주지역 학교비정규직 노조의 교섭대화요청에 그건 학교장 소관이라며 양성언 교육감은 나몰라라 하신다. 대법원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니 2년은 너끈히 기다려보자는 심산이다. 그러나 유사한 인천, 대구, 경북, 부산 교육청도 최소한 직접면담은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제주지방노동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은 공히 ‘비정규 학교노동자들의 교섭파트너는 학교가 아니라 지자체(교육청)’이라 판시했다. 차별을 권하고 노동은 천한 것이라 가르칠려는 심산이 아니라면 점증하는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학교장에게만 떠넘기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 부디 피해나갈 법조문을 보고받는 책상붙이 교육감에서 벗어나 노동과 인권을 우선하는 인격자로 거듭나시길 바란다.
대조적이게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청소, 경비, 주차관리 비정규직 용역 6,500명을 정규직화했다. 65세 정년에 평균임금도 150만원으로 올렸다. 인건비는 16% 늘지만 민간 용역업체에 주는 경비가 39%가량 줄면서 오히려 연간 53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났단다. 정치변화가 밥 먹여주는 타산지석이다.
우리 제주도의회도 작년 2월에 비정규직 지원조례안을 만들었으나 센터를 만들고 노정 협의회를 꾸리는 후속작업은 잘 재촉되고 있는가 의뭉스럽다. 애당초 시설 만들고 잘 살아보자며 악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니 부디 차제에 전남도 조례안의 골자를 참고삼아 제대로 재개정 해주시길 간언한다.
가난한 다수에게 1월 1일은 어쩌면 12월 32일, 33일에 다름 아니다. 세대와 계층간 박탈과 절망이 보편화되기까지는 지역사회 언론의 새해 덕담같은 어영부영 비평도 한몫 했다고 본다. 적확한 직언과 탐사보도, 실명비판을 기대한다. 다섯분 노동자들의 명복을 빈다. 학교 비정규직을 위한 호봉예산 808억이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다는 속보가 들린다. 민생은 장신구인가? 심란하다.
- 김상범 (43min@daum.net/ 서귀포 서홍동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