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오늘은 2012년 12월 31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새로운 매듭 위에서 새 삶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성산일출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해돋이를 구경한다. 이제 인생 80이니 100세니 하는 마당에 하루, 일 년, 십 년 하는 매듭이 없었다면 인생은 지나치게 길고 참아 내기 힘든 고통이었을지도 모른다. 매듭을 지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에겐 여러 가지 지혜가 갖춰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매듭은 큰 지혜다.
지난 임진년 한 해에도 이루고자 하는 출발에서 시작했지만 돌아보면 아무 것도 특별히 이룬 것이 없는 사람들이 많을 줄 안다. 해가 갈수록 모든 일이 수월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경제력에 힘겹고 자신의 노후는 전혀 생각해 볼 틈새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둘 이상의 자녀를 두는 신세대는 거의 없건만 자녀가 예닐곱이 되었던 우리의 부모세대보다 더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새해, 계사년은 우리나라의 첫 여성 대통령님이 약속한 일들이 하나 둘 이루어지면 평범한 보통사람에게도 큰 힘으로 도와주는 것이 될 것이다. 특별한 기대 없이 바뀌는 정부가 매번 이어져 왔지만 이번은 다르리라 기대해 보는 것이다. 오늘 떴던 태양이 내일 아무 변화 없이 다시 떠오르더라도 새해라는 매듭 때문에 찬란한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터이다.
도종환 시인은 그의 시 ‘깊은 물’에서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쫒기는 그대는 //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고 했다. 우리는 기껏 종이배 하나 뜰 얕은 물도 마련하지 못하면서 소란만 피우지 않았는지도 돌아볼 일이다.
이제는 금연인구가 많이 늘었지만 담배를 피웠던 사람은 새해가 되면서 담배 끊기 작심 3일에 돌입했던 사람이 꽤 될 것이다. 성공하리라, 깊은 물을 파리라 했지만 늘 실패했던 기억이다. 깊은 물을 파는데 생각만으로 쉬운 일이면 누군들 못하랴만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접수 불가라고 외쳐봐야 아무런 소용없이 새해는 오는 것, 어떻게 큰 배가 뜨는 깊은 물을 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젊은이는 젊은 세대대로 노인은 노인세대대로 할 일이 힘에 부칠 만큼 많으니 시작부터 무신경하면 또 한 해가 그렇게 갈 뿐이 아닌가.
100세까지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게 문제라는 것을 늘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옛날에는 암 진단을 받으면 몇 달 없어서 곧 죽는 것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아니다. 10여 년 전에는 암환자의 생존율이 41%대였지만 지금은 50%를 넘는 것으로 보도되는 것을 봤다. 의학적으로 ‘생존율’이란이란 암 치료를 받고 5년간 재발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확률을 말한다고 한다. 암은 치료 후 5년 이내에 재발하지 않으면 재발될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그 상태는 완치된 것으로 간주된다는 얘기다. 현재 암 환자 두 명 중 한 명은 멀쩡하게 자기 인생을 끝까지 채워 살고 있다는 의미다. 암 환자가 희망을 갖고 투병생활을 하면 생존율이 훨씬 높다는 연구는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흔히 ‘암적 존재’란 말을 쓰듯이 부정적인 표현으로 절망의 분위기를 만들어 투병의지가 위축되게 하고 있다.
무슨 일이든 의지가 위축되면 제대로 되기 힘들 것이다. 이제 새해가 되었으니 그 바탕 위에 새로 선다는 각오로 일하면 안 될 일도 되는 기회가 찾아올 듯싶다. 80년 인생을 산다면 26년 잠을 자고 21년 일을 하고 9년을 먹고 마시지만 웃는 시간은 겨우 20일 뿐이라는 모 기업의 광고가 생각난다. 웃을 일 없는 세상에 어떻게 웃으라는 말이냐고 할 것이 아니라 웃음을 찾을 일이다. 웃는 만큼 행복하게 사는 일임은 부인하지 못한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웃지 않는다. 진짜로 웃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고자 한다. 그 행복지수는 물질이 아니라 그 마음속에 달려 있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행복을 찾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비교우위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면 행복은 늘 저 멀리에 있다. 사소한 일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삶이야말로 경제적인 부로 만 따질 수가 없다.
우리의 삶이 팍팍하기만 한 것 같아도 늘 그렇지만은 않다는 데서 위안을 삼고 하루하루를 보람으로 채워나가야 사는 멋이다.
계사년 새해에는 독자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시작되길 바란다.
오태익 제주매일 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