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띠 계사년 모두 건강하고 잘됐으면..."
"흑사띠 계사년 모두 건강하고 잘됐으면..."
  • 김지석 기자
  • 승인 2012.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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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민속오일시장 할머니장터 뱀띠 할머니들의 새해 소망
2013년 계사년(癸巳年) 뱀띠의 해가 밝았다.

올해는 흑계사년으로 60년 만에 돌아온 검은 뱀띠, 흑사띠의 해다. 뱀은 예로부터 지혜로운 영물로 취급받아 뱀띠들의 활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십이지 동물 중 여섯 번 째 인 뱀은 불사(不死)와 재생(再生)의 상징이자 남남동쪽을 수호하는 방위의 신이다. 현실세계에서 뱀은 위험하고 징그러운 동물에 불과해, 사람들은 뱀을 항상 경계하고 피하면서도 백년 묵으면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기묘하고 신비스런 존재로도 여겼다.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할머니 장터에서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계사년을 맞아 소박하지만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뱀띠 할머니들, 그들의 남다른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지난 27일 임진년(壬辰年) 마지막으로 열린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찬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날씨를 보였다. 그래서 인지 오전 장을 보러온 시민들의 발길은 뜸했다.
시장사람들도 장사는 뒷전, 군데군데 피워놓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추위를 피할 겸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할머니 장터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윤귀선 할머니(72)는 새해 가장 큰 소망은 이 땅의 여느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자식이 잘 되는 것이다.

자신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아들의 사업이 잘됐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첫 번째로 꼽았다.

윤 할머니는 “특별한 희망은 없지만 새해에는 모두가 다 잘됐으면 좋겠다. 그중에서도 아들 운이 좀 살아났으면 좋겠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참 열심히들 사는 것 같은데, 왜 세상은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지 몰라. 새해엔 아들 사업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할머니는 “내 한 몸 건강하고 아들도 건강하면 되지 별 욕심이 없다”며 “그래도 태어난 해와 같은 새해가 뱀띠 해인만큼 근심걱정 없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고 짤막하게 새해 희망을 밝혔다.

할머니 장터 터줏대감인 고화자 할머니(72)는 “해가 갈수록 몸이 불편해짐에 따라 생활하기가 점점 힘들어. 이 때문에 다른 이웃들을 돌아 볼 새 없이 살게 되는 거 같아 아쉽다”며 “그저 건강하고 장사 잘 됐으면 하는 것이 새해 소망이라면 소망이다”며 소박한 새해 소망을 전했다.

고 할머니는 이어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라면서 “오일시장에서 일을 해 용돈을 벌 수 있는 것도 다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 만큼 새해에도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추운 날씨에도 시장에 쪼그리고 앉아 “그나저나 우리 할머니 장터 할머니들도 새핸 돈 좀 많이 벌어야 할 텐데...”라며 걱정하는 윤 할머니와 고 할머니의 얼굴에는 계사년 뱀띠 해에는 뱀이 용으로 변해 승천하듯이 좀 더 행복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주름진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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