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의 건강을 돕는 반복의 방법'
'두뇌의 건강을 돕는 반복의 방법'
  • 허계구 논설위원
  • 승인 2005.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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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두뇌는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하고 새로운 자극은 신경세포에서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온 수상 돌기의 수를 증가시키고 두껍게 하며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의 처리 등을 맡는 글리아세포를 증가시켜 두뇌를 젊고 활발하며 건강하게 한다고 썼었다. 새로운 자극이란 새로운 것을 학습해 간다는 말이다. 오늘은 그 새로운 자극의 연장선 위에서 학습하는데 있어 중요한 점 한 두 가지를 생각해 보려한다.

“정신적 자극과 두뇌 훈련을 할 때 결정적 주의 사항이 있다. 머리를 자극할 정도로 해야지 결코 무리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과제가 너무 어려우면 좌절해서 포기하기 쉽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반대로 너무 쉬워도 흥미를 잃고 무관심해지기 마련이다.”라고 신경과학자인 개리 스몰 박사는 말하고 있다. 대상을 고르는 데에 있어 난이도에 관한 이야기다. 그 난이도도 중요하다. 그 외에  학습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의 한 가지를 이야기 해 보자.여름방학이면 30일을 꼬박 농장에서 일하여야 했던 불우한 시절을 겪은 한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은 공일(空日)이라는 달콤한 날이 들어 있는 일주일이란 말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는 서풍을 타고 온, 조선시대나 고려시대에 없었던, 이 시간계량단위가 정말 훌륭한  날짜 계산법이란 생각했다. 럭키세븐이라는 말도 좋아 보였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공부할 때도 럭키세븐을 쓰기로 했다.  열심히 외운 후 일주일 후면 다시  복습을 하는 것이 이 청년이 방식이었다.

이 청년은 7일이면 적당한 간격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서 그러나  복습을 해보면 상당 부분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외우고 잊어버리고 외우고 잊어버리고 하는 일이 반복되자 밭에 나가서 일하는 데는 그렇게 자신이 있었는데 공부에 대해서는 맞는 체질이 아니고 머리도 돌대가리인 것 같아 차차 체념하기 시작했다. 그의 복습 방식은 어디가 잘못 되었는가?

자동차 사고자의 실험

신경 생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자동차 사고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고 이상한 발견을 하였다. 자동차 사고를 당해 기절을 했는데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기억을 더듬어 가면  그날 아침이나 낮에 했던 일들은 생각해 내지만 사고 직전의 30분 정도의 일은 생각해 내지 못하는 일이 보통이었다.

한 때 정신 분열증을 치료하기 위해 전기를 가하는 전격요법을 외국에서 자주 쓴 적이 있었다. 이렇게 전기 쇼크를 주어서 깨어난 후 이들 환자들이 전의 일들은 생각해 내지만 전기 쇼크를 주기 15-30분전의 일들은 영원히 생각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연구자들은 또한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동물을 가지고 더 자세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들은 동물이  어떤 정해진 문을 통과하여 먹이를 찾아 가는 걸 학습하고 난 후 전기 쇼크를 가했다.

다섯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쇼크를 주지 않고 나머지 그룹들은 5분 후, 15분후, 1시간 후,  6시간 후, 하는 식으로 전기 쇼크를 주었다. 전기쇼크가 가해지면 뇌 세포의 활동이 일제히 정지된다.  그래서 다음번 학습 시간에 얼마나 차이가 나는 가를 비교했다. 6시간 후의 그룹은 쇼크를 주지 않은 그룹과 차이가 없었다. 15분, 1시간 그룹은 쇼크를 주지 않은 그룹과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고 5분 후의 그룹은 며칠이 지나도 소요 시간이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였다. 즉 기억 0%인 셈이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가? 우리가 무엇을 학습하고 나서 책을 덮었다고 하자. 그러나 우리의 두뇌는 책을 덮고 있지 않고 어떠한 작업을  여전히 계속 하고 있다. 학습 후 20-30분이라 할까 이 시간에 두뇌는 중대한 작업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속에서 하고 있는 것이고 이 작업은 6-9시간이 가면 대충 마무리가 되는 것일 수 있다. 이 중대한 시간대에 우리가 두뇌의 작업을 방해하지 말고 돕는 것이 학습을 잘하는 한 방법이다.

학습능력 향상의 키는 반복

나는 무엇을 학습하고 나서 한 시간 정도에서나 다시 복습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고 다음 날쯤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한 시간 후에는 얼마 전에 공부했으니 별로 잊은 것이 없을 것이니  잘 알고 있는 것에 시간을 보내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고 다음 날쯤이면 잊을 수 있으니 복습할만한 간격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독일의 유명한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가 16년에 걸친, 그 불후의,  망각 실험 결과 밝혀낸, 망각에 대한 비율을 보고 완전히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물론 그는 무의미 철자를 가지고 실험을 했으며 실험의 과정은 완전 학습 후 재학습할 때 절약된 시간을 가지고 계산을 했지만 그 결과를 쉬운 말로 하면 다음과 같다.  무의미 철자 100개를  완전히 기억 하고 나서 검사해보니 불과 20분 사이에 42%를 잊어 버렸다. 1시간 후에는 절반 이상인 56%를, 9시간 후에는 64%를 잊어버렸다. 또 하루 후에는 66%(15시간 사이에 겨우 2% 잊었다) 이틀 후에는 72% (24시간 사이에 겨우 6% 잊었다.) 6일 후에는 75%(96시간 사이에 겨우 3% 잊었다.) 한달(31일) 후에는 79%(600시간 사이에 4%)를 잊고 있다.

20분 사이에 2/5 이상이 잊혀졌고 1시간 사이에 절반이상 날아간 것은 나로선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위의 전기 쇼크 등에서 나타난 15분-1시간과 대략 일치하여 기억된 것이 대량 소실되고 있다. 그리하여 6-9시간이 되면 망각이 안정기로 들어가고 있다. 왜냐면 그 때로부터 다음 날 까지는 단지 2%를 잊었고 31일 후까지도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외워 놓은 것을 1시간 후에 56% 잊었다는 것과 2일 후 6일후 31일 후가 될수록 잊혀지는 비율이 적어진다는 것이 학습에 있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한번 외운 후 일주일까지 기다렸다면 그 알고 있는 것은 겨우 25% 정도가 된다. 형편없고 안 된 점수이지만 나쁜 자기 머리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 과학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1주일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장 30분이나 1시간쯤 후부터 복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1시간 쯤 후에 반복한다. 그러면 먼저 잊었던 56%는 약 31%(56의 56%)로 또 1시간 후에 복습하면 약 17%(36의 56%)로  이렇게 줄어 간다. 그리하여 이틀 후까지 반복을 가끔 하면서 100%를 유지시켜 놓는다. 그러면 한 달 후에는 겨우 7%를 잊을 것이며  만약 중간에 몇 번 복습하면 한 달 후에도 거의 100%를 유지할 것이다.

 이렇게 꼬치꼬치 따지면서 학습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말하고 싶은 요지는 짧은 시간 안에 간격을 두고 여러 번 복습하고 또 1일-2일 반복하고 그런 연후에 15일이나 1 달 간격을 두고 틈틈이 반복해 두면 지식은 영원히 간직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학습을 하는데 있어  그릇 된 자기식의 학습법을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고집을 부려가며 답습하는 적이 많다. 그것을 약간 수정함으로서  크게 다른 결과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우등생들은 반복학습의 위력을 절감하는 학생들이다. 보고 또 보고 다시 보는 과정에서 머리 속에 틀이 박힌다........따로 공부를 하지 않을 경우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은 다음 날이 되면 50-80%정도 잊어버리게 된다. 우등생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로드아일랜드 주립 대학 교수 김민숙 박사는 말하고 있다.

방학은 학생들에게 아주 귀중한 시간이 된다. 학교에 수업이 있는 날은 국어, 다음은 수학이, 다음은 국사 하는 식으로 수업이 연이어 있게 되어 적절한 시간 안에 반복할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야간 자율 학습 시간되어 가면 피로가 쌓인다. 피로한 두뇌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방학 기간이야말로 교육심리학자들이 밝혀낸 사실 위에 근거한 적절한 반복을 함으로서 상당한 학습을 해 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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