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하수는 도민들의 생명수이자 공공재(公共財)다. 이러한 지하수의 가치는 ‘제주도특별법’에도 잘 반영돼 있다.
사실 지하수의 다량 취수-판매를 주 사업(主事業)으로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 설립을 추진할 때만 해도 적지 않은 도민들이 반대를 했었다. 이유는 도민 생명수는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는 것과, 설사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지하수를 채취, 상업용으로 시판하는 사례를 남긴다면 향후 민간기업 혹은 다른 공기업의 지하수 시판도 차단하기 힘들어진다는 데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제주개발공사는 설립되고 말았다. 명분은 지하수 사업으로 얻어진 수익금을 공익 목적에 쓰기 위해서라 했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러 제주개발공사의 지하수사업은 ‘토착비리에 놀아난 사업’으로 전락해 버린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한진그룹의 지하수 증산을 거부할 명분마저 약화시키는 악재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엊그제 발표된 제주지하수 삼다수에 대한 경찰수사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그 80%만 믿더라도 매우 충격적이다.
올해 도내용 삼다수 3만2천t을 불법 반출시켜 대리점들이 돈벌이 하는데 개발공사 사장, 일부 이사, 팀장 등이 한 묶음으로 관여 됐다니 아직도 대명천지(大明天地)가 못된 것 같다.
그래서 입건된 인원이 무려 32명이다. 개발공사 사장-일부 이사-일부 팀장은 물론, 도내 대리점 사장 등이 줄줄이 입건된 상태다. 도내의 단일 사건에서 공-사기업(公-私企業) 사장, 이사, 팀장, 현직 도지사의 친인척까지를 포함하는 관련자 32명이 무더기로 입건된 사례가 없다. 한마디로 이번 삼다수를 둘러싼 일련의 부정사건은 그동안 제주도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토착비리’라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엄정한 추가 수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그동안의 수사 성과에도 불구, 한계를 느낀 듯하다. 종전 2개의 대리점을 5개로 증설하게 된 배경 및 현직 도지사의 친인척에 대한 대리점 선정 특혜 여부, 도내용 삼다수 3만2천t의 육지부 밀반출에도 제주도가 계속 지하수 증량을 허가한 이유 등을 정확히 밝혀내지 안 했기 때문이다. 이들 의문점에 대한 철저수사는 앞으로 이 사건이 송치된 뒤 검찰의 몫인 듯하다. 이번 사건의 뿌리가 어쩌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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