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며 늘어난 술자리에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과도한 음주로 나타나는 질환은 다양한데 그 중 하나가 급성 췌장염입니다. 췌장은 이자라고도 하며 명치보다 약간 아래쪽에 있는 장기로 인슐린 생성을 통해 당대사를 돕고,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과 신체 장기 음식물을 소화?흡수하기 위한 소화효소를 분비합니다. 급성췌장염은 담즙이나 췌장에서 분비된 효소가 췌장 안으로 역류해 췌장조직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도가 약하면 가벼운 부종만 일어났다 쉽게 낫지만 심하면 췌장 주위로 효소가 새어 주변 장기를 녹이는 등 위험한 상태가 될 수도 있으며 만약 췌장염이 진행돼 장기간 지속되면 췌장의 기능 장애로 인슐린의 분비 기능이 감퇴하여 당뇨병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췌장염의 증상은 복통이 대표적이며 경미한 통증에서부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격심한 통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지속되며, 위쪽 복부이나 배꼽 주위에서부터 등, 좌측 옆구리까지 통증이 전이되기도 합니다. 똑바로 누웠을 때 통증이 더욱 심해지고 엎드리거나 앉아서 몸을 앞으로 굽히거나 옆으로 누워 무릎을 배 쪽으로 모으면 통증이 덜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복통은 발열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며 음식 섭취에 의해 악화되고 구역질, 구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평소에 위장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데 음주 후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복통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췌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급성췌장염은 비교적 정도가 약한 경증 췌장염이 전체 발병율의 80% 정도가 되고 정도가 심한 중증 췌장염의 비율이 20% 정도 되는데 이 구분에 따라 치료법이 다릅니다. 대부분의 경증 췌장염 환자는 췌장이 붓기는 하지만 큰 합병증 없이 통증치료를 진행하면서 금식하고 수액제를 투입하여 치료합니다. 반면 중증 췌장염일 경우 쇼크, 저산소증, 신장 기능 저하 등이 동반되거나 췌장 괴사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극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증 췌장염보다 치료과정이 더 오래 걸리고 장기적 금식을 시행해야 하며 합병증에 대한 대비를 계속하며 수술을 시행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췌장염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과음이나 폭음을 삼가고 소량이라도 자주 술을 마시지 않는 등 음주습관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특히 음주로 인해 췌장염에 걸렸던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재발 확률이 높으며 지속적으로 급성 췌장염을 앓게 되면 췌장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에 술을 끊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루에 채소 섭취량을 2회분 늘릴 때마다 급성 췌장염 발생 위험성은 17%씩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평소에 식습관을 개선하여 채소섭취를 늘리고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며 비타민B12가 많은 식품(어패류, 쇠고기, 계란, 우유 및 유제품)을 충분히 섭취하면 좋습니다. 또한 평소에 과로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화민 소화기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