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남 등 돌며 19.3km 훔쳐 고물상에 팔아 넘겨
전신주에서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전선만을 훔쳐 고물상에 팔아 넘긴 원정절도단이 전원 검거됐다. 특히 이들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지도 서비스 기능을 통해 전선이 많은 지역을 미리 확인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제주서부경찰서는 지난 10월부터 12월8일까지 제주와 경남 등 4개 지역에서 접지케이블을 훔쳐온 혐의(특수절도)로 A(44·부산)씨 등 5명을 검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와 함께 접지케이블을 매입한 혐의(장물취득)로 부산지역 고물상 B(52)씨 등 3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앞선 12일 경찰은 제주 중산간 지역 일대 333개 전신주에서 15km, 시가 1억원 상당의 접지케이블을 훔친 혐의로 원정절도단 5명 중 3명을 검거한 바 있다.
경찰은 당시 붙잡지 못한 나머지 2명을 검거한 데 이어 추가 범행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조사 결과 원정절도단은 경남 등의 지역에서도 4213만원 상당의 전선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피해 규모도 접지케이블 19.3km, 시가 1억3900만원으로 늘어났다.
처음에 이들은 경남 등 해안지역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나 접지케이블의 수량이 많지 않고, 주택가가 밀집해 있어 새로운 범행 지역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포털 사이트 지도 서비스 기능을 통해 제주지역에 접지케이블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절도를 위해 제주까지 원정을 왔다.
특히 이들은 심야시간대 인적이 드문 중산간 지역을 범행 장소로 골랐으며, 사전 현장답사를 통해 CCTV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등 주도면밀함도 잊지 않았다.
전기회사 시설공으로 일했던 A씨는 전신주에 올라가 접지케이블을 절단하는 역할을 맡았다. 나머지 일행들은 잘려진 케이블을 차량으로 운반하는 역할이었다. 범행 시간은 전신주 1개당 불과 3~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훔친 케이블은 미리 임대한 제주시 해안동 한 농장 빈창고에 보관했다가 범행 중에 체류비가 부족해지자 1000kg정도의 케이블을 800만원을 받고 부산에 있는 고물상에 팔아넘겼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믿지 못해 절도단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등 마치 영화 ‘도둑들’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A씨 등 절도단 5명과 고물상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고물상 C(50)씨와 D(32)씨에 대해선 자진출석해 범행을 인정하는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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