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세밑대목’ 실종
대리운전, ‘세밑대목’ 실종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2.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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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여파 송년모임 간소화···업계 난립도 ‘경영난’ 부채질
“경기 불황으로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요즘 같아선 정말 죽을 지경이네요.”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대리운전 기사들의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매서운 한파 만큼이나 서민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대리운전 이용객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종 모임과 송년회 등을 간소화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흥청망청’ 음주 송년회가 아닌 공연관람 등으로 송년회를 대신하고 있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어 돈벌이가 예전만 못한 대리기사들의 한숨은 끊이지 않는다.

대리기사 A(30)씨는 “연말이 대리운전 업체들의 연중 최대 대목이지만 연말 특수는 이제는 옛말이 돼 버렸다”며 “최근에는 콜을 받기 힘들어 운전하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더 많다”고 토로했다.

A씨가 수익금의 일부를 회사에 떼 주고, 집으로 가는 택시비를 빼고 나면 하루에 버는 일당은 고작 3~4만원 남짓.
 
그는 “어떤 날은 손님과 통화를 하고 약속장소로 갔는데 손님이 없었다”며 “손님이 여러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한 뒤 먼저 도착하는 업체를 이용하는 등의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대리운전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리운전 요금은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도내 대리운전 업체는 280여 곳에 이르고 있으며, 제주시에만 200곳에 가까운 대리운전 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개의 업체 이름을 내걸고 영업을 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대리기사들의 수난도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는 B(36)씨는 “술에 취해 손님이 욕설을 하거나 잠들어서 아예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수난을 겪고 나면 ‘내가 이 일을 왜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국세청이 발표한 2011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0년 전국 대리운전 기사는 3만2000여 명을 넘어서는 등 전년도에 비해 52%가 늘어난 반면 대리운전 기사의 평균 연봉은 283만원에서 222만원으로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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