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보수주의 세력은 닮은꼴이 많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국가보안법 사수대회의 인파는 대부분이 보수교회의 기독교인들이며, 그들의 집회에는 늘 성조기가 나부낀다. 그들은 북한에 대한 유대 의식은 찾아볼 수 없으며, 부시 정권이 내는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를 내지른다. 한국 개신교가 미국을 선망하는 것은 미국이 너무 강한 나라이기 때문일까?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도 개신교 보수세력이다. 그들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부시의 재선을 도왔다. 그래서인지 부시는 당선 축하인사에서 그들을 향하여 경의와 감사를 표시하였다. 부시의 취임식은 4천만 달러를 들여 화려하게 치러졌으며, 취임을 축하하는 21발의 예포도 울려 퍼졌다. 하지만 부시는, 1948년이래 재선된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 48퍼센트를 기록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런데 왜 부시는 기독교 보수주의, 근본주의에 그처럼 집착하는가? 무엇보다도 먼저 부시 자신이 보수주의, 근본주의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대통령에 선출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며, 자신은 하나님의 사자라고 생각한다. 새벽마다 기도회를 가진 뒤 하루를 시작하고, 백악관 안에 성경연구모임도 만들었다. 입을 열 때마다 성경 구절이 줄줄 흘러나온다. 특히 전통적 보수주의자들보다도 더 보수적인 네오콘을 신망한다.
신보수주의 네오콘은 세계를 압도하고도 남는 그 힘을, 미국식 정의와 가치관에 따라 쓰겠다는 거침없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러한 보수주의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부시 2기는 너무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부시의 재선에 대해 독일, 프랑스, 스페인 국민 10명 중 7명이 반감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다시 21개국 국민에게 물어 보았다.
18개국에서, 부시의 재선으로 세계가 더 위험해졌다는 대답이 더 많았다. 더 안전해졌다는 대답이 나온 곳은 필리핀, 인도, 폴란드뿐이다. 반부시 단체들은 그들의 열기를 지속시켜 행동으로 옮기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들의 목표는, 부시의 퇴진이 아닌 부시의 정책방향을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그들 운동의 주도세력은 뉴욕 타임즈에 "미국인 전체의 이름으로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전면광고가 실렸다. 여기에는 노엄 촘스키 MIT교수를 비롯한 각종 진보단체 인사 9천명이 서명하였다.
한국 보수교회가 과거 군사정권과 협력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권위주의적 정권에 은밀히 동조하는가 하면, 때로는 조찬기도회와 같은 형태로 공공연하게 군사정권을 도왔다. 그리고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미국식 기독교 국가를 만들었다. 그런 기반 아래 하나씩 올라가는 십자가의 불빛은 그런 한국의 현실과 미래를 보여주는 우울한 자화상이 되고 말았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어쩌면 그가 미국식 근본주의 기독교의 세례를 받은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미군정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초대 정부의 수반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핵을 빌미로 옥죄고 있는 부시 정권을 탄생시킨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이, 한국에서도 기세가 등등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당혹스럽다.
김 관 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