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Kopino)란 코리안(Korean)과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로 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 태어난 2세를 이르는 말이다. 어학연수나 여행, 해외출장 등으로 필리핀을 방문하는 한국 남성들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코피노가 태어나게 되는데, 필리핀의 국민 대부분이 피임과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카톨릭 신자이고 낙태 비용을 쉽게 마련하기 힘들어 코피노 추정 인구는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피노를 낳은 필리핀 여성은 상당수가 유흥업이나 행상을 하는 등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어, 교육 여건도 좋지 않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도움과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세부코피노어린이재단은 코피노들이 훌륭히 자라 사회의 일원이 되어 필리핀의 현 사태를 바로잡고, 한국과 필리핀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에서 마련한 옷, 간식과 학용품, 의약품을 꾸러미에 나눠담고 재단의 도움을 받아 코피노 가정을 방문하였다. 아이들이 주로 살고 있는 곳은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만한 골목길을 수 백미터 들어가야 찾을 수 있거나,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방 한 칸에 친척들과 함께 열명 정도 생활을 하는 등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일부 가정의 경우는 1950년대의 한국, 즉 전쟁직후의 피난민 수준과 흡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재단의 후원을 받아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번 여정에서 느낀 것은 한국과 필리핀,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코피노 가정의 정확한 문제 파악과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또한, 민간차원의 각종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여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다면 코피노 아이들이 아버지의 나라 한국을 긍정적으로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서귀포시 주민생활지원과 임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