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서부경찰서는 제주시 중산간 지역 일대에서 전신주에 설치된 접지케이블을 훔쳐온 혐의(특수절도)로 A씨(44·부산 거주) 등 2명과 범행을 도운 장물아비 B씨(38·부산 거주)를 검거하고, 아직 검거하지 못한 용의자 2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1월 초 제주시 해안동 제1산록도로 도로변에서 전신주 70여 개의 접지케이블을 절단기로 잘라 훔치는 등 중산간 지역 일대 333개 전신주에서 8622kg, 시가 1억원 상당의 접지케이블을 훔친 혐의다.
이들이 훔친 접지케이블은 전신주에 설치돼 있지만 평상시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다가 낙뢰와 누전 등으로 이상 전압이 발생했을 때 전류를 땅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특히 절단·파손될 경우 이상전압 영향으로 전기 기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들은 심야시간대 인적이 드물고 CCTV가 없는 중산간 지역을 범행 장소로 골랐다. 특히 사전 현장답사를 통해 CCTV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등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전기회사 시설공으로 일했던 A씨가 전신주에 올라가 접지케이블을 절단하면 다른 일행들은 잘려진 케이블을 차량으로 운반했다. 범행 시간은 전신주 1개당 불과 3~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훔친 케이블은 미리 임대한 제주시 해안동 한 농장 빈창고에 보관했다가 범행 중에 체류비가 부족해지자 1000kg정도의 케이블을 800만원을 받고 부산에 있는 고물상에 팔아넘겼다. 나머지 7600kg에 달하는 케이블은 장물아비인 B씨가 몰래 부산으로 빼돌린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의 범행 흔적은 케이블이 절단돼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본 한전 직원에 의해 발각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변 수색을 통해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차량을 발견했고, 차량 안에 있는 숙소열쇠를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A씨 등 3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A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아직 붙잡지 못한 나머지 용의자 2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