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된 제주시 연동의 ‘신화(神話)의 거리’에는 “신화는 없고 쓰레기만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사이 제주시 연동 그랜드 호텔 4거리에서 구 문화컬러 4거리에 이르는 400m 거리를 ‘이야기가 있는 야간 테마 거리’를 표방하며 특수 조명등 시설을 하는 등 가로수와 인도 등을 정비했다.
인도에는 관광객이나 행인들의 관심을 끌기위해 제주어 속담이 담긴 보드를 깔았다. 고작 가로수에 색색 조명전구를 얽고 스토리 텔링 시설이라며 인도에 속담 보드를 깔아 이를 이야기가 있는 야간 테마거리니, 신화의 거리니, 선전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한 수준이다. 신화의 거리에 신화적인 것을 찾아볼 수 없고 신화적 분위기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데에 20억원의 도민 혈세를 쏟아 부은 것 자체를 이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백번양보해 비록 이야기가 있는 야간 테마 거리를 표방한 신화의 거리를 인정하고 일정 부분 거리분위기가 쇄신됐다는 사실을 긍정한다고 해도 그렇다.
거액을 들여 조성된 거리라면 관리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신화의 거리에는 신화는 없고 쓰레기만 쌓이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스토리 텔링 시설로 자랑하는 인도 속담 보드는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졌다. 거리 곳곳에는 인근 점포에서 내다버린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신화의 거리 안내판 앞에는 음식물 쓰레기통이 버젓하다. 가로수 그루터기에는 쓰레기와 깨진 타일이 흩어져 있다.
이야기가 있는 야간 테마거리를 표방하며 조성된 신화의 거리의 맨 얼굴이 이렇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행정당국은 거리 조성만 해놓고 할 일 다 했다는 듯이 뒷짐을 지고 있다.
신화의 거리 조성에 찬성하고 자긍심을 느껴야 할 인근 상인이나 주민들은 내가 편한 데로 오히려 거리를 오염시키는 꼴이다. 그러기에 관계당국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시민의식도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행정이 해주기만을 앉아서 기다리기 전에 스스로 거리 청결유지에 신경을 썼더라면 이 정도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