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시민운동으로 승화돼야
평화의 시민운동으로 승화돼야
  • 김승석 논설위원
  • 승인 200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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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월 27일 제주도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12조에 근거하여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 선포함으로써 제주도는 한반도의 안정은 물론 세계평화거점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됐다.

 이제 자율적으로 중앙정부로부터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국제평화 및 협력관련 기구유치 ? 연구소 설립 ? 회의개최, 그밖에 남북교류 및 협력에 관한 사업 등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런 사업과 연계하여 평화적인 국제관광지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면 침체된 지역경제를 회생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평화사업의 한계성

 그러나 국내외 환경은 국익 ? 종교 ? 인종차별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관(官) 또는 전문가 주도의 이런 사업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옛 소련의 붕괴와 냉전 종식으로 평화?번영의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한반도에는 아직도 양극화된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한 민족분열이 통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한반도를 둘러 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의 강대국들로 하여금 세계가 수용할 수 있는 전쟁의 종류에 대하여 한계를 정하고, 금방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분쟁을 중재하는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하고 국제사회의 유대를 강화하는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들 강대국 사이에는 국부를 늘리기 위한 경제 전쟁이 더 치열하다.   

 이와 달리, 중세의 종교전쟁을 보거나 오늘의 이라크 등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무서운 살상을 지켜보노라면 잘못된 신본주의(神本主義) 종교사상이 현세에도 인류에게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를 쉽게 인식할 수 있다.

 평화란 인류가 추구해 온 보편적 가치이기는 하나, 제주 섬에만 특유한 문화현상이 아니다. 성(聖)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했듯이 모든 사람은 평화를 원한다. 다만 제각기 자기식대로 원하고 있어서 평화는 늘 오래가지 못했다.

 세계 제2차 대전 후의 국제평화회의 또는 지식인들의 모임인 평화포럼에서 벌어지는 그 모든 세계평화 담론의 이면에는 역설적으로 평화가 또 다른 전쟁이 되기를 원한다는 측면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평화담론은 시작과 끝이 없다. 전쟁을 반대하고 그 위험을 제거하여 평화를 지키려는 시민운동은,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회안전망 확보, 각종 재난으로부터 보호, 사회적 유대 강화, 정체성 확립 등의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내재적 평화가치의 실현부터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대한 제주 섬사람들의 현실인식은 불안하다. 무한경쟁을 뚫고 지나갈 창과 방패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초록생명의 터전인 농촌경제가 피폐해지고, 청년일자리가 줄어들며 경기 불황의 여파로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만이 아니라 바로 위 계층인 ‘준(準) 빈곤층’이 생계곤란을 겪으면서 동반자살을 하고 있으나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고 있다.

 게다가 개발의 미명하에 곶자왈을 품고 있는 중산간 지역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내재적 평화를 위협하는 비인간적 생존조건, 기타 크고 작은 불행에 대한 공포가 그치지 않는 한 평화의 섬을 화려하게 도색하고 널리 두루 알린들 그것은 가냘픈 눈가림일 뿐이다.

 앞서 간 제주사람들이 이어도를 꿈꾸어 왔듯 오늘의 제주사람들도 근심 걱정 없고 차별 받지 않는 평화로운 이상사회를 꿈꾼다.

 오늘의 제주사회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평화적 삶의 모델을 설정하고 제주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힘에 의해 평화를 학습하고 실천하여 대외적으로 평화를 수출할 때 진정한 의미의 ‘평화의 섬’을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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