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고 후회하는 국민
투표하고 후회하는 국민
  • 제주매일
  • 승인 201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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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산다는 것은 곧 후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자신의 '선택한 일'에 대한 후회와 '선택 하지 않은 일'에 대한 미련이 있기 마련이다. 사이코패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자책한다. 삶에는 가지가지 후회가 있다.  바겐세일(bargain sale)시에 잘못된 정보로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구입한 상품에 대해 후회하는 '구매자 후회(buyer remorse)'가 있고, 미모성형 수술한 사람 중 일부는 '성형후회(Surgery remorse)'로 고민한다.

또 투표하고 후회하는 '국민 후회(plebiscite remorse)'가 있다. 특정 후보가 당선되면 마술처럼 일이 잘 풀리고 태평성대를 기대하다가 실망하는 국민들이다. 자신들의 지지로 대통령을 당선시켰으나 당선 후에는 자신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정치를 한다고 불만을 하는 것이다.

삶의 후회든, 투표의 후회든, 어떤 후회든지 자기 자신이 자초하는 경향이 많다.  투표 후 유권자들이 느끼는 후회로써 학계가 지목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치·경제문제에 대한  정보와 지식의 양이 유권자들에게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한다.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면 직관이나 주위 사람들이 형성하는 바람,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의 선거 연구결과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보통유권자는 기묘(奇妙)하거나 엉뚱한 믿음을 갖는 경우가 많아서 유권자가 똑똑하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정책보다 이미지관리와 인기관리에 우선 한다는 것이다.

정당들이 지금까지 성과나 신뢰성은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정당의 선심성공약(空約)만보고 찍는 것도 투표자 후회의 중대한 원인이다. 이런 현상은 정당정치를 하는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당의 공약(空約)에는 절대로 속지 말아야 한다. 정당정치는 흔히 민주주의에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민주 정치의 기본인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하는 민주정치 현실이다.  정당정치로 인해 지역 간, 세대간, 계층 간의 정치 갈등이 심한 곳은 유독 우리나라다.

아직도 굳건히 살아 있는 지역 정치구도 때문에 지역마다 몰표가 나온다. 후회하고 고심 하다가도 막상 투표장에서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다. 세대 간의 갈등도 나이에 따른 갈등이다. 물론 나이가 들면 안정을 바라고 젊은이들은 개혁을 선호 하는 것은  삶의 이치다. 시대정신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그래서 중도가 필요하고, 정치에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보완적 상존이 필요한 것이다. 어느 한 쪽만 존재한다면 항선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침몰되기 때문이다. 계층 간의 갈등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해(利害)가 윤회된다. 여기에 국민의 선택이 있는 것이다.

후회하는 유권자도 문제지만, 후회하지 않는 유권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후회하지 않은 유권자는 보수주의, 진보주의 등 이념을 기준으로 투표하는 '이념형(理念形)유권자'일 가능성이 크다.

이념형 유권자는 자신의 선택에 합리화를 잘한다. 자신의 선택이 항상 옳다고 생각 한다.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도 만족하니, 후회 할 이유가 없다. 이념형 유권자가 유념해야 할 점은 이념과 정책이 밀접하지만 이념이 정책의 품질을 보장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 이념이 항상 좋은 정책을 낳는 것도 항상 나쁜 정책을 낳는 것도 아니다.

또 유권자가 후회하지 않으면 정치권도 후회하지 않는다. 정권은 정책상의 잘못을 인정 할 필요가 없다. 잘했다고 우기면 수긍해 주는 지지층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30%건 40%건 성과와 상관없이 우리 편이 돼주는 유권자들이 있으면 정책개발과 실천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없다. 선거의 승패에 정책이 좌우하는 시스템작동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면 정책적 해이에 빠지게 된다.

좋은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승리를 위한 연대, 투명성이 부족한 단일화, 승리의 프리미엄 공유를 위한 단일화 정치공학에 공을 들여서 투표한 후 후회하는 유권자들을 생산한다. 도저히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 하는 가난한 30대 주부와 초등생 딸이 연탄불 피워놓고 동반 자살하는 현실에서도 부잣집아이들의 공짜점심, 공짜 지저귀까지 '평등'하게 챙겨주겠다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요람에서 무덤까지 몽땅 국가에서 책임지는 보편적 복지공약으로 선거후 후회하는 국민을 생산하는 것이다.

땀 흘리지 않고 거두는 열매는 없다. 증세 없이 복지 없고, 성장 없이 일자리 없으며, 관용 없이 통합 없고, 안보 없이는 평화도 없다는 것은 팩트(fact)다.  이번 대선만은 선거 때마다 같은 후회를 반복하는 유권자가 줄어들었으면 한다.  우리들은 반복되는 후해를 안 하기위해서라도 과거의 싸움으로 미래를 그르칠 수는 없다.

지금, 두 트랙의 지지자들을  한 트랙으로 합치겠다는 선거공학두뇌 플레이가 막바지로 달리는 박빙의 선거열차위에서 필요한 것은 분노의 감성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이다. 점진적 개혁과 급진적 개혁, 단계적 균형복지와 전면적 무상복지, 상반된 안보관 등등 새 시대를 가늠할 역사적 갈림길에서, 우리들은 오늘과 내일을 고민하는  '냉철한 이성'만이 투표후회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수필가 김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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