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매해 10건 ‘난방기 화재’
기름값 부담 때문에 소외계층의 겨울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전기장판을 이용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과열로 인한 화재로 목숨을 잃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일 오전 8시42분께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의 한 가정주택에서 전기장판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방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A(94) 할머니가 숨졌다.
화재 발생 당시 집안에선 독거노인용 화재 감지기가 울렸으나 A 할머니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A 할머니는 이 집에서 홀로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는 겨울은 마주하기 싫은 계절이다. 독거노인들은 난방비 자체가 없어 겨울철 내내 전기장판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기장판을 켜놓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화재 위험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돌보미 B(41)씨는 “어르신들 집에 가보면 난방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시피하다”며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전기장판에 의존해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그마한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C(62)씨는 연일 계속되는 추위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춥다고 해서 한 번 보일러를 틀기 시작하면 계속 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기름값을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아 보일러 밸브를 모두 잠궜다”고 말했다. 결국 C씨가 사용하는 난방 기구는 전기장판이 전부다.
제주도 소방방재본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발생한 난방기기 화재는 총 31건으로 해마다 평균 10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화재원인을 살펴보면 역시나 전기장판 및 담요에 의한 화재가 6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보일러 5건, 가스난로 4건, 목탄난로 3건, 전기히터 1건, 냉난방기 2건, 환풍기 등 2건, 전기판넬 1건, 기타 6건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간 동안 발생했던 화재 가운데 인명피해는 2010년 부상자 1명이 전부였다. 그런데 전기장판 과열 추정 화재로 A 할머니가 숨지면서 3년 만에 난방기기 화재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지방기상청이 3일 내놓은 ‘1개월 기상 전망(12월 중순~내년 1월 상순)’을 통해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예년에 비해 일찍 찾아온 겨울 추위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되면서 소외계층의 겨울나기가 더욱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시민 D(29)씨는 “소외계층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선 제주도를 비롯한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이 필요할 것 같다”며 “주위에서도 한파를 녹이는 따뜻한 나눔활동 등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