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하고, 헷갈리고
아리송하고, 헷갈리고
  • 조정의 논설위원
  • 승인 2005.0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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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6.5 재 보궐선거하며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튀어나와 우리를 아리송하고 헷갈리게 했던 한해였다. 아리송하고 헷갈리는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자칫 착각에 빠져들거나 정신이 해이해지기 일쑤다.

   아리송하고 헷갈리는 일을 자주 대하는 건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러기에 어떤 일이든 매듭을 짓고 넘어가야 한다. 아리송한 줄 알면서 미적거리는 것이 곧 헷갈리는 일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드리다가 그 것이 기대에 어긋났을 때 아리송하고 헷갈리게 된다. 한 예로 한라산케이블카설치문제가 그렇다.

   참으로 오랜 세월, 팽팽한 찬 반 논리로 우리를 갈등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던 문제인데 환경부에서 설치불가판정이 내려졌다.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다행스러운 일로 받아드려지고 있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설령 케이블카설치에 기대를 걸었었다고 하드라도 이제 그 문제는 다시 거론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해 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참말로 아리송하고 헷갈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문제를 끌어올려 재검토해 보자는 건 핵심이 어디에 있는 지 알쏭달쏭한 일이기도하다.

   이쯤에서 우리를 더욱 아리송하고 헷갈리게 하는 것이 난데없이 불거져 나온 모노레일 카 문제다. 한라산을 건드리기만 하면 무엇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툭하면 한라산을 건드린다. 기존도로를 따라 모노레일을 설치하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다치지 않아도 된다고 기염을 토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야 백번 좋은 일이겠지마는 그게 그리 쉬운 일일까.

   새해벽두부터 한동안 잠잠하던 ‘쇼핑아울렛’ 문제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 문제만 해도 먼저납득이 가는 해명을 하고 검토해 보는 게 순서인 듯한데 운부터 띠우고 있으니 말이 많아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대미수출에서 적자가 불어나 사업을 포기한다던 호접난 수출문제도 기지개를 켤 모양이다. 호접난 대미수출은 이미 판정이 난 사업이다. 백 몇 십억을 투자하고도 이윤을 점칠 수 없는 사업을 붙잡고 미적거리고 있음이다. 본전 생각이 나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뭉갤 걸 뭉개야지 포기하겠다던 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궁상맞게 보인다.

   새해 들어 고개를 내밀고 기지개를 켜는 일들이 어디 한두 가지뿐이랴 마는 하필이면 알쏭달쏭한 일들로 굿판을 벌리려는 것인지 머리가 ‘희엇뜩’하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요즘은 헷갈린다는 말이 많이 쓰이지만 우리세대는 토속어인 ‘희엇뜩’하다라는 말에 길들여져 왔다. ‘희엇뜩’하다라는 말은 ‘헷갈리다’와 비견되는 말이긴 한데 그 ‘뉘앙스’(nuance)는 훨씬 풍자적이고 강한 의미를 내포한다.

   큰맘 먹고 발표했다가 시장군수들로부터 호된 반대와 질타를 받았던 행정구조 개편문제만 해도 그렇다. 제주도를 도 중심체계로 바꾸자는 안이었던 듯한데 이 안을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라고 현직 시장  군수에게 강요하는 건 한마디로 ‘난센스’(nonsense)였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얼른 받아드릴 시장 군수가 있을 법이나 한 일인가.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해본 소리라면 그 파장을 염두에 두고 지혜를 터득한 연후에 말을 꺼냈어야 했다. 이렇게 먹혀들지 않는 발상들이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갑신년이 꼬리를 감춘지가 달포를 넘겼다. 을유년에는 아리송하고 헷갈리는 일들이 없었으면 했는데 아리송한 일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다. 머리가 ‘희엇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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