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을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행정당국이 오히려 재래시장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형국을 연출하고 있음은 이해할 수 없다. 제주시가 지난해 집행해야 할 재래시장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의 대부분을 올해로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가 올해 사업비 128억 원을 들여 추진하겠다고 밝힌 재래시장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 가운데 올해 사업은 동문시장 환경개선사업(사업비 23억3300만원) 1건뿐이고 나머지 7개 사업(사업비 104억8400만원)이 모두 2004년 사업으로 해를 넘겨 올해로 이월된 것이다.
재래시장 기반조성 사업은 재래시장을 살리는 데 있어 필수적인 하드웨어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들은 주ㆍ정차의 어려움이나 혼잡성 등으로 인해 재래시장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재래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도로정비나 주ㆍ정차 시설 등 환경개선 사업이 무엇보다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해 사업 중 올해로 이월된 사업들 대부분이 진입로 확장이나 배수로ㆍ하수관 정비, 주차 빌딩 건축, 아케이드 쇼핑몰 시설 등 쇼핑 편의를 위한 기반시설 사업이라는 것만 보더라도 제주시가 재래시장 살리기에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오는 3월부터 재래시장 육성 특별법까지 시행하기로 한 터다. 그런 데도 이처럼 재래시장 기반조성 사업을 늦추고 있으니, 이것이 재래시장을 선호하는 서민이나 관광객들에게 쇼핑장소 선택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재래시장 상인들의 생계에도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은 뻔한 이치다.
특별법도 재래시장이 어려운 유통환경을 극복하고 자생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을 때 그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말로만 재래시장 살리기를 외쳐서는 백년하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