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여자
야한 여자
  • 제주매일
  • 승인 201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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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오름을 오르는데 앞서가는 젊은 남자등산객들이 자기들끼리 하는 대화를 뒤에서 우연히 듣게 되었다. 한 등산객이 같이 가는 일행에게 말을 건다. “너 요즘에도 마누라 때리니? -삶이 고단하고 바쁜데 섹스는 무슨 섹스…… 섹스보다 돈이 더 좋고, 더 잠이 좋은데……  -주말에 섹스를 하느니 외식을 하겠어. 그리고 비즈니스 때문에 미팅준비도 해야 되고,…… -야한 여자가 아니면 섹스보다 산행이 신이 나고  더 좋지 않아? ” 하면서 자신의 와이프보다 야한 여성이 더 좋다는 말을 들었다.

이렇다면  이 대화는 지나가는 말로  넘길 수도 있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부부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문제를 만들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면에 숨어 있는 성 트러블은 불행의 씨앗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야한 여자만을 좋아하는 이들의 와이프 앞에  카사노바 같은 남자가 눈앞에 나타나면 “그래, 운명이라 생각하자. 들키지 않을 자신 있어” 자위하며 가정 파탄의 길로 치닫게 될 수도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일 수도 있다.

부부간에 섹스와 사랑은 정비례한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가는 젊은 등산객들의 말과 같이 부부의 성생활 스타일도 다양한 것이 삶이다. 섹스를 나누면서도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대를 사랑하면서도 섹스를 나누지 않는 사람도 있다. 섹스가 없는 사랑은 어떻게 보면 향기 없는 종이꽃과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조촐하더라도 승화된 사랑을 원한다. 섹스와 사랑은 완전에 가까울수록 좋은 관계임에는 틀림없다는 말이 있다. 남자의 심벌은 “정삼각형”이고, 여자의 심미(深味)는 “역삼각형”이라고 주역에서는 가정한다고 한다,  이게 남녀 간의 궁합이다. 서로간의 놓여 진 위치, 그 궁합에 따라 그 모형은 다이아몬드도 될 수 있고, 모래시계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석 중에 다이아몬드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남녀관계도 인생에 있어서 배우자나 파트너를 잘 만난다면 다이아몬드처럼 광채 나는 관계가 된다. 그러나 무언가 어긋난 관계 즉 다이아몬드인 줄 알고 만났으나, 겉으로만 번쩍이는 가짜명품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 관계는 틈이 생겨 결국은 모래시계가 된다. 남녀관계는 종교의식과 다를 바 없다. 묵상이고 기도이며 영혼의 광장이다. 성은 ‘삶은 존재에 이르는 문’이라고  프랑스의 극작가 ‘조르주 바타유’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의 넓은 마음에 의해서 자유와 평강을 누리게 된다. 사랑의 실체는 육체적인 섹스에서 원초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성역(聖域)을 지닌 여성으로서의 존재, 성역을 지닌 남성으로서의 존재로 남아 있을 때,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로 남게 된다. 때론 잔잔한 음악 한 곡이 세상의 때를 씻어주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기도 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영혼의 울부짖음 같아 발길을 멈추게도 하며, 은은하게 번져오는 이름 모를 희열로 맑은 눈물이 되어 양 볼을 적시게도 한다. 세상은 영혼이 없는 섹스의 광장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성폭력이 짐승처럼 기승을 부리고,  온라인 오프라인(on line off line)에서  번개팅 섹스와 원나잇 스텐드가  유행처럼 휘도는 현실에서 ‘불꽃같은 섹스’가 인간의 행복을 좌우하기도 할 것이다. 정화된 감정 속에서의 승화된 남녀 간의 관계는 샘물처럼 아름답다. 표현 못할 떨림과 순수한 감정이 남아있지 않다면, 섹스의 현장은 악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예언가 “칼린 지브란”은 부부간이나 연인 간에서도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말라. 사원의 기둥들이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자리를 조심스럽게 지키듯이 사랑을 하라”고 했다.  남녀관계는 상대를 사랑하면서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서로가 그 고독을 감당해 나갈 때, 삶의 마디마디는 깊은 맛을 더하여 야한 여성의 심미를 접할 수 있을 성싶다. 섹스는 영혼에서 퍼 올린, 해맑은 마음에서 퍼 올린 멋있는 작품이다. 이때 비로소 섹스는 사랑과 일맥상통 하게 된다. 영혼의 작품을 빚어내기 위해 서로가 보금자리인 성역(聖域)의 침상으로 향한다면, 조심스런 마음으로 서로의 신비스러움 속에 감추어진  야한 여성들의 요정들을 찾아낸다면, 우리의 삶은 죽어있지 않은 삶, 생명력을 지닌 삶을 유지 될 것 같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도 가끔 사랑의 의미를 아는 야한여성을 생각 할 때가 있다. 한 인간의 내부에 감춰진 그 소중한 정신적인 진액, 마그마(magma)처럼 무언가 끈적끈적해 서로의 고독을 보듬어 주고 생명력을 부여해 주는, 고차원적인 사랑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야한이성이 되는 것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만드는 것이다. 착하게 살아온 과거, 진실한 마음씨, 소박한 생활, 그리고 살고 있는 한 가지고 있는 희망, 자비를 생활화 하는 부드러움 등등 이런 것들이 야한 여성의 구성 요소다. 그리고 여성의 아름다움의 퇴화를 막아주는 것이다.

수필가 김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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