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물량 최다 불구 성적은 반비례…‘아이돌 출신’만 재생산

초라한 2012 아이돌 성적표
올해 데뷔한 팀을 일일이 꼽는 건 대단히 힘들다. 대형기획사부터 중소기획사까지 수많은 아이돌그룹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사실 가요계가 아이돌그룹 일색이 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올해가 예년과 다른 건 그들의 입지가 급격히 추락했다는 점이다.
가온차트 상반기 결산 디지털종합차트를 보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신인 아이돌그룹이 없다. 이엑스아이디의 ‘후즈 댓 걸’(111위), 스피카의 ‘러시안룰렛’(131위) 두 곡이 그나마 최고 성적이다. 또 빅3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엑소케이(EXO-K), 1년 내내 쉼 없이 활동한 B.A.P 정도만이 비교적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나름 분전했다. 하반기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오히려 에일리, 주니엘, 이하이로 이어진 신인 여자 솔로가수들의 활약이 더 묵직했다.
기존의 인기 아이돌그룹의 성적은 괜찮았지만 예전처럼 압도적이진 않았다.
상반기 가요계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가수는 버스커버스커다. 특히 하반기 들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KBS 2TV ‘뮤직뱅크’ 10주 연속 1위(13번)로 소녀시대의 ‘지’를 넘어선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밖에도 나얼, 십센치, 에픽하이, 케이윌 등이 강세를 보였다.
‘아이돌그룹 출신’ 연예인 OOO씨
이러한 흐름이 반영돼 최근 가요프로그램의 아이돌에 대한 집착이 덜해졌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출연 가수 중 최소 반 이상이 그들이다. 숫자는 증가하고 자리는 줄었으니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하지만 콘셉트나 음악으로 그들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결국 아이돌그룹은 살아남기 위해서 여전히 예능, 연기 등 타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돌 소속사 측은 새로운 드라마 제작소식이 전해지면 들어갈 만한 자리가 없는지 살핀다. 인기 예능프로그램 고정출연은 이들이 특히 원하는 자리다. 방송가에서도 아카데미에서 신인을 발굴하듯 아이돌을 기용한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데뷔 전부터 소속사의 시스템 하에 각종 개인기는 물론, 연기수업까지 병행하는 멤버들이 많다. 이는 데뷔 후 ‘만능돌’로 포장된다.
하지만 수십 팀 중 몇 팀이나 다음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해 데뷔했던 수십의 아이돌그룹 중 올해도 활동을 이어간 팀은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멤버 탈퇴와 영입이 반복되고 끝내 해체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 방송을 보다 보면 ‘OO아이돌그룹 출신’이란 수식어가 붙는 연예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다른 아이돌그룹 멤버로 합류했거나 방송인 혹은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중 활동했던 팀 이름이 생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몇 년간 아이돌그룹의 수가 급증했으니 그 멤버들과 그 자리를 좇던 이들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을 터다. 이들 중 누군가는 또 언젠가 ‘아이돌그룹 출신’이란 수식어를 달고 가수나 혹은 방송인, 연기자로 연예계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과거 아이돌그룹이 정말 우상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우상’이 아니다. ‘연예아카데미’가 최근 아이돌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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