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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생애 마지막 작품인 서귀포시 앵커호텔 모델하우스 ’카사델 아구아 더 제주갤러리‘의 ’보존‘과 ’철거‘문제가 또다시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19일 도문화관광스포츠국을 대상으로 한 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은 세계적 거장의 세계적 건축물을 법의 잣대로만 재단하여 강제 철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철거방침을 반대했다.
이미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카사델 아구아’ 문제와 관련 “문화예술적 가치가 높고 맥시코 정부와의 관계, 제주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보존돼야 하며 그럼에도 철거한다면 국격 및 지자체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까 우려 된다”고 철거 반대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도 이날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 관계자는 “카사델 아구아의 문화적 가치가 있다는 건 인정 하지만 현행법 규정상 존치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사델 아구아’가 철거를 전제로 지어진 모델하우스고 현행법상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논지나 다름없다. 건축예술의 문화적 가치보다는 경직된 법 타령만 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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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시 한 번 ‘카사델 아구아’가 왜 현행 법상의 불법성을 뛰어넘어 영원히 보존해야 할 가치를 갖고 있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카사델 아구아는 지난 2008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에 지어지는 앵커호텔 모델하우스다. 맥시코 출신인 세계적 건축가인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마지막 유작(遺作)이다.
레고레타가 제주의 물과 바람, 빛에 영감을 받아 빚어낸 건축물로서 현존하는 건축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하우스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사델 하우스는 스페인어로 ‘물의 집’이라는 뜻이다. ‘제주적 혼’을 담아낸 건축물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다.
레고레타의 작품은 아시아에서는 단 둘 뿐이다. 일본에 하나 있지만 내부가 공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머지 하나가 제주에 세워진 ‘카사델 아구아’다.
그러기에 ‘카사델 아구아’는 건축 철학이나 건축 미학 예술적 가치 등 건축예술의 진수이며 종합 모델이자 희소성 가치를 포함하면 경제적으로 계량 할 수 없는 무한 가치를 지닌 문화예술 유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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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델 아구아’가 현행 법상의 불법성을 뛰어넘어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도의 작품성과 문화예술적 가치와 희소성이 불법성을 용인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도당국이 ‘카사델 아구아‘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인정하고 행정의 유연성을 발휘한다면 법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묘수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적 가치와 희소성 등을 감안하여 ’법의 예외성‘을 인정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에서도 ‘카사델 아구아는 멕시코 현대 건축의 대표작이며 한국의 문화유산’임을 들어 강제 철거를 하지 말도록 우리정부에 공식 요청한 바 있다.
한국건축가 협회에서도 ‘제주의 물과 바람과 빛을 형상화한 빼어난 건축 유산의 강제 철거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기에 도가 해야 할 일을 자명해진다. ‘카사델 아구아’ 보존을 전제로 행정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일이다. 도와 서귀포시, 관련 사업자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빼어난 세계적 현대 건축물 보존 방안을 찾아내는 일이다. ‘카사델 아구아’는 영원한 제주의 자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