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안전·봉사활동 전개 화제

다문화 가정의 복지 안전은 물론 소방안전 문화 정착을 위해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이들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이름하여 ‘다문화 의용소방대’가 공식 출범하게 된 것.
제주소방서(서장 조성종) 다문화 의용소방대는 지난 7월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캐나다 등 9개 나라 총 20명(남성 4명, 여성 16명)의 혼성대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관할 지역은 제주시 19개 동이다.
아직 출범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들의 활약상은 벌써부터 빛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 투입돼 행사 참가자들에게 통역지원과 교통안내 서비스 등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제50주년 소방의 날(11월 9일)’을 하루 앞둔 8일 제주소방서 다문화 의용소방대 백현태(37·한국) 대장과 손 이리나(30·여·러시아) 서무반장을 만났다.
다문화 의용소방대장인 백현태 씨가 제주에 온 지도 어느 덧 8년째. 2년 전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화한 백 씨는 소방관들의 노고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런 것이 제주에 와서 알게 된 친구가 현직 소방관으로 있기 때문.
때문에 백 씨는 의용소방대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소방관들이 힘들게 구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제의를 승낙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에 온 지 10년이 됐다는 손 이리나 씨 역시 “내 작은 도움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의용소방대 모집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리나 씨는 현재 의용소방대를 비롯해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대원들은 실제 상황에 대비해 심폐소생술(CPR)과 초기화재 대응법에 대한 집중교육을 받았다. 특히 이들은 특별한 업무가 없는 날에도 정기적으로 모여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합심’의 결과였을까. 다문화 의용소방대는 지난달에 열렸던 ‘전국 다문화 가족 소방기술경연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백 씨는 “다른 분들의 연습 모습을 보고선 우리 의용소방대가 1등 할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대회에선 우리 의용소방대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특히 이리나 씨는 자신이 교육을 통해 배운 것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소방 교육을 받기 전에는 소화기 사용방법 자체도 몰랐었는 데 이제는 모든 게 빠삭하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방지식이나 정보 등을 알려주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백 씨 역시 “의용소방대 제복을 입을 때마다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도 조심스러워진다”며 “소방관들처럼 현장에서 불을 끄진 않지만, 다문화 의용소방대라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