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법, 유족 80여 명 손해배상 청구 소송 일부 승소 판결
예비검속 사건 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사건인 제주예비검속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첫 대규모 승소 판결(2011년 6월 희생자 1명 유족 승소)이다.
제주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8일 예비검속 사건으로 숨진 K씨의 장남 K씨(69) 등과 다른 희생자 유족 등 80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희생자에게 각 1억 원, 배우자에게 각 5000만 원, 부모.자녀에게 각 1000만 원, 형제자매에게 각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민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피고가 오히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조직적, 집단적, 계획적으로 망인들을 비롯한 희생자들의 생명을 박탈한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그 유족이 집단학살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訴)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를 주장하면서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불법의 중대성에 비춰 현저히 부당하다”고 밝혔다.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내무부 치안국은 전국 경찰국에 과거 좌익 또는 반정부 활동에 관련된 사람들을 예비검속(혐의자에 대한 사전 검거.구금)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같은 달 말께 서귀포경찰서에 의해 연행된 예비검속자들은 남원지서 등에서 2~3일간 조사를 받은 뒤 서귀포경찰서에 이송돼 절간고구마 창고에 구금됐다.
이후 서귀포경찰서는 구금한 예비 검속자들을 A,B,C,D 4등급으로 분류해 A,B등급은 석방하거나 계속 구금했다. 그러나 C, D등급으로 분류된 예비검속자들은 대부분 군당국에 송치돼 같은 해 7월 중순 및 8월 중순께 적법한 절차없이 2차에 걸쳐 제주읍 정뜨로비행장 (현 제주공항) 또는 산지항 바다에서 총살되거나 수장됐다.
한편 과거사정리위는 2010년 6월 모두 195명의 제주예비검속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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