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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전국 66만8522명의 수험생들은 각 시-도별로 오전 8시10분 시험장 입실(入室)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이른바 ‘수능전쟁’을 치르게 된다.
예년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올해에도 ‘수능 전쟁’을 치르기 위해 1년 내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 가며 노심초사(勞心焦思)해 온 전국의 인구가 아마도 200여만 명은 족히 될 것이다. 이들은 응시생인 당사자-학부모-학교 담당교사는 물론, 심지어 학원 및 비공식 과외교습 강사들로서 오로지 수능에만 얽매다시피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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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대학수학능력시험 한 가지만으로도 우리 국민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아니 도리어 그 열기가 지나칠 정도다. 미국 지도자들까지 “대한민국 국민의 자녀교육열이 부럽다”며 놀라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수능에 얽매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라기 보다 “일류 대학, 좋은 대학 인기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일류 대학-인기학과 병(病)’의 소산인 셈이다.
2013학년도 우리나라 전체 4년제 대학 모집정원은 37만9458명이다. 응시자수에 비하면 4년제 대입(大入) 전체 정원 평균 경쟁률은 2대1에 약간 못 미친다. 2년제 대학까지 고려한다면 대학 입학시험을 입시 지옥이라 함은 맞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철이 되면 수험생과 학부모, 지도교사들은 원서접수를 위해 눈치 작전을 벌인다. 너도 나도 좋은 대학 인기학과에 합격하고자 하는 심리작용 탓이다. 이로 인해 소위 일류대학-좋은 대학 유망학과는 경쟁률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수10대 1을 기록하는 일도 예사다. 입시생들의 적성은 아예 무시되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 우리 대학 입시의 풍토다. ‘입시 지옥’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가. 수능 점수를 잘 받아야 좋은 대학, 인기학과에 갈 수 있고 그래야 앞길이 열린다는 믿음에서다. 즉 수능과 좋은 대학이야 말로 ‘인생 조건’-‘성공조건’이라고 잘못 믿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수능 점수와 좋은 대학이 꼭 인생 조건이요, 성공 조건은 아니다. 최고의 인생 조건이요, 성공 필수 조건은 수능도 일류대학도 아닌, 바로 각자의 적성을 발굴하고, 그것을 키우는 일이다.
일류대학의 인기 학과를 졸업하고도 인생 그 자체에 실패한 예가 지천(至賤)이다. 그 반대로 삼류대학, 심지어 고졸 국졸(國卒)자들이 정계-재계-문화예술계-스포츠계-연예계 등에서 대성(大成)한 인사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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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은 오늘의 수능에 모든 것을 걸려하지 말아야 한다. 평소 준비한 대로,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험을 치르는 게 좋다. 설사 축제 분위기는 아니더라도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도리어 평소의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점수가 잘 나오면 다행이요, 만약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결코 실망해서는 안 된다. 수험생 각자에게는 이 세상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그들만의 적성과 장점과 지혜를 반드시 간직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면 충분한 것이다. 훌륭한 성공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결과만을 놓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하거나 실망하는 것은 금물 중의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