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당 민오름 이승만 별장 ‘흉물 건물’
송당 민오름 이승만 별장 ‘흉물 건물’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2.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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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확보 불구 지방비 확충 안돼
장기간 방치 폐가 전락···미관도 저해

 

붕괴 위기에 놓인 이승만 별장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수년째 흉물로 방치돼 있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별장이 오름 탐방객들이 자주 찾는 민오름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데다 자칫 안전사고의 우려도 낳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A(29)씨는 친구들과 민오름을 찾았다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허름한 폐가 한 채를 봤다. 말로만 전해 듣던 이승만 별장이었다.

A씨는 “처음엔 그냥 평범한 폐가인 줄 알았으나 팻말을 보고는 이승만 별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오싹한 기분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등록문화재라는 팻말이 있었는 데도 관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며 “관리를 안 할 거면 안전 표지판이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허술한 관리를 지적했다.

일명 ‘귀빈사’로 일컬어지는 이승만 별장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제주축산개발 소유의 목장에 있다. 1957년 미군 지원을 받아 우리나라 공병대가 지었으며, 대지 660㎡에 면적 234㎡ 규모의 1층 건물이다.

미국식 전원형 주택으로 지어져 이국적인 외관이 특징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곳에 1957년과 1959년 단 두 번만 숙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원수가 사용한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점 때문에 지난 2004년 9월 등록문화재 제113호로 지정된 바 있다.

문제는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놓고도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폐가 수준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

더욱이 별장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민오름 입구에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민오름을 오르기 위해선 소유주의 목장 입구로 들어서야 한다. 목장 측이 가축방역상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지 취재 결과 차량 출입만 막고 있었으며, 오름 탐방객들은 사실상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지난 5일 오전에 찾은 이승만 별장.

별장은 역시나 민오름 입구에서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있었다. 별장 앞에선 문화재청으로부터 지정받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라는 팻말이 또렷이 보였다.

별장 정문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거미줄이 가득했다. 합판으로 만들어진 문과 천정은 곰팡이가 잔뜩 낀 채로 썩어 있었고, 유리창도 대부분 깨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듯한 분위기였다.

특히 건축물의 목조 부분은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여 자칫 안전사고의 우려까지 낳았다. 실제로 지난해 별장에 대한 구조안전진단 결과 안전성이 취약한 ‘D등급’에 해당돼 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별장에는 안전 표지판 하나 없었다. 올해 초 제주시는 국가지정 문화재에 대한 정비 사업을 진행키로 했었다. 이승만 별장도 대상에 포함됐으나 사업은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이승만 별장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기 때문에 보수비용이 국비와 지방비가 5:5 비율로 책정됐다”며 “현재 국비 1억2300만원은 확보된 상태지만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해 보수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국비를 통해 설계 등 일부는 추진되고 있어 지방비가 확보될 경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빠른 시일 내로 별장에 안전표지판과 보수예정 안내문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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