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결혼식
작은 결혼식
  • 제주매일
  • 승인 2012.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부터 모 중앙지에 실린 결혼문화를 바꾸는 사람들의 얘기가 나타난 것은 신선하다.

 몇 년에 걸쳐도 나타나기 힘든 새로움이다.

  가정은 숨겨진 아름다움처럼 오아시스다. 참된 진실과 사랑과 위로와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을 수 있다. 가정이 불행하면 사랑도 위로도 없다.

 가정의 출발에선 큰 기대를 갖는다.

그래서 초반부터 부족함이 없는 그야말로 행복의 꿈을 가꾸려 한다. 모아놓은 재산이 없으니 부모의 눈물로 올리는 웨딩마치다. 당연히 부모는 늙어서도 뒷감당에 뼈가 휜다.

 어느 카드사에서 몇 년 전 40세 이상의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이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상처를 주고 잔소리를 한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80%이상이 아내라고 했다. 부부는 원래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로 만난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준다. 물론 신혼부부들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연애할 때는 사랑에 눈이 멀어 상대방의문제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랑의 에너지가 식어감으로 상대방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부부는 외부에서 사랑의 욕구를 해결하려고 한다.

 결혼한 부부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한다는 요즘,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는 단연 ‘바람’ 때문이다. 결혼한 배우자 외의 다른 이성을 만나는 ‘바람’은 예전에는 남편의 전유물로 인식되었지만 요즘은 아내들의 사례도 늘고 있다.  TV드라마, 소설, 영화 할 것 없이 각종 매스컴에서도 ‘불륜’이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애초에 결혼식은 철저한 거래처럼 되었다. 마치 이득을 본 결혼식, 손해를 본 결혼식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은 커지게 마련이었고, 서로에게 힘든 것을 전가하고자 했다.

 이제껏 우리나라의 큰 결혼의 습관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서로 적은 부담으로 웃을 수 있는 결혼은 얼마나 좋은 것인가. 큰일을 치르고도 분수에 맞게 치렀으니, 얼마나 홀가분할 것인가.

 대통령실장 등 고급공무원 15명이 “내 자식부터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주위에도 ‘작은 결혼식이 아름답다,’고 알리겠다.”고 했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아름답다.

 “올바른 결혼관 심는 것...지금 대학의 소임 중 하나” 라고 이광자 서울여대총장은 밝혔다. 작은 결혼식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겠지만, 긴 안목으로 대학부터 나서야 할 터이다. 이전처럼 사자 신랑감한테는 열쇠 몇 개 가져오라는 시댁의 시대는 지나야 한다. 물질을 따지는 집일수록 몇 년 못 살고 이혼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몇 년 새 제도가 바뀐다고 쉽게 끈질긴 예식제도가 바뀌긴 힘들 것이다. 지금까지도 가정대학이 없어서 올바른 결혼관이 심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경남 거제의 수월초등교 교장은 예단. 청첩장. 화한을 안 한다는 작은 결혼 릴레이 약속을 했다고 한다. 또 두 아들 결혼식엔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해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로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원 2만6천 명의 우리금융도 매주 ‘작은 결혼식’의 사내교육을 하고 강당도 결혼식 장소로 개방한다고 한다. 모 중앙지와 여성가족부가 펼치는 ‘1000명의 작은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에 동참한 사람이 800명을 넘어섰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학교수들이 잇달아 참여해 온 것이다. “결혼 문제는 단순히 개개인이 돈을 낭비하거나 절약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 중요한 함의가 있다.”면서 고비용 결혼 문화의 폐해와 개선 방안에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과시적 고비용의 결혼식 문화는 벌써 없어졌어야 할 문화였지만 오랫동안 폐습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작은 결혼식보다는 각자 분수에 맞는 결혼식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억지로 고비용 결혼으로 당장 결혼 후부터 비용을 부담하는 무리를 당연한 것처럼 여겨왔다.

 분수에 맞는 작은 비용 결혼식은 바로 적절한 부담일 것이다.

 “휴양림에서 ‘숲속 작은 결혼식’을 올리세요.”
이돈구 산림청장은 6곳을 개방하고 있다.

‘한국귀금속중앙회’도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캠페인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각처에서 릴레이 약속이 효과가 있기를 본다.

오태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