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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추진하는 행정체제 개편 작업에 대한 도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특정안 유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도지사 뜻의 특정 대안을 염두에 두고 요식 절차를 밟고 있다”는 논란이다.
이 같은 논란은 29일 도민을 상대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 바람직한 모형은(?)’이라는 주제 토론회에서 연구용역 책임 연구자가 “기초자치 부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도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시장직선제(의회 미구성)’와 기초자치단체(의회구성.시장직선제)‘ 등 두 개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동안 시민단체 등 도민사회에서는 “제주도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우근민도지사 공약사항인 의회 없는 시장직선제 안에 방점을 두고 이를 밀어붙이기 위한 도지사 공약 실천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도행정체제 개편 위원회가 시장직선제 안 선정을 위해 기초자치단체 부활안을 끼워넣어 편향되게 위원회를 운영해 왔다는 의문인 것이다. 한마디로 도행정체제 개편위원회의 ‘도지사 들러리 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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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도지사 들러리’ 비판의 개연성을 높여주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그것도 행정체제 개편 용역을 맡았던 책임역구원에 의해서다.
이날 용역책임연구자인 최영출교수(충북대)가 “개인적 판단으로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대단히 어렵다”는 발언을 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면서 행정체제 개편안에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끼워 넣었음을 고백한 것이다. 이는 바로 도지사가 공약한 ‘시장직선제 안’을 선정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들러리로 끼워 넣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용역팀이 안되는 줄 알면서 실현 가능성 없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끼워 넣은 것은 학자적 양심을 파는 것”이라는 한 토론 참석자의 비판은 그래서 도의 행정체제 개편 작업에 대한 도민적 불신을 뭉뚱그려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도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시장 직선제’ 안의 선정을 유도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끼워넣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의 다른 표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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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도민적 의아심은 행정체제 개편 위원회로 활동하는 일부 교수의 ‘급급한 자기변명’으로 더욱 굳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날 두 명의 행정체제 개편위원은 “두개 안은 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선정한 게 아니라 제주도민의 선호 모형”이라고 했다. 도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비겁성을 보인 것이다.
도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도민의 선호도를 파악했다는 것인가. 신뢰도나 자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응답률을 보인 도민 여론조사 결과 자료를 도민의뜻으로 호도하는 것은 아닌가.
시장직선제든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든 각종 문제점이 있고 현행 법 체계로나 국가정책 방향등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없는 대안을 도행정체제 개편안으로 내놓는 활동이 온당한 일인가.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제주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우근민 도정이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부를 수밖에 없는 행정체제 개편안을 들고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말 많고 탈 많은 행정체제 개편 작업은 당장 그만두고 갈등과 분열의 현안을 챙기는 것이 더 급한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