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현대인들의 패닉(panic)상태를 멘붕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 각종 스트레스와 혼란으로 가득찬 사회현실과 맞물려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방송과 연예계에서 이 단어를 급속하게 확산시키고 있다. 멘붕은 대표적인 신조어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서 2011년 최고의 유행어 1위에 뽑혔다. 지금은 연예인들의 행동을 나타내는데 어김없이 ‘멘붕’이 등장 한다사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멘붕’이라는 정신붕괴환경에 살고 있는 게 사실이다.우리나라의 2011년도 자살률이 세계1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의 2.6배라고 한다.
1년에 1만556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난 5년간 다른 나라들은 자살이 줄어드는데 우리만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입에 담기조차 싫은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남편이 아내를 죽이는” 사건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 인간성이 상실되고. 가정이 파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선 정치판에서는 표를 얻기 위해 입술에 침 바른 말로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일자리창출’ 등등을 외치지만 신뢰성이 없다. 그래서 쉽사리 멘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당리당략(黨利黨略)에 휩싸여 연일 죽기 살기식 공격을 퍼붓고 있는 정치권에서는 정쟁과 더불어 수십 년 지난 역사문제를 네거티브전쟁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지저분하게 하며 허탈감에 빠뜨리게 하고 있다.또 지속되는 경기침체, 심각한 내수위축으로 인한 경제불황, 청년실업에 의한 취업난 가중, 쏟아지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문제 등 경제계의 암울한 소식들도 ‘멘붕주의’에 한몫을 하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근래 실시한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 멘붕의 주요 사유로 소득감소(32.7%)를 가장 많이 꼽았고, 부채증가(17.6%), 불안정한 일자리(14.3%), 과도한 교육비지출(13.5%), 자산가치 하락(11.8%), 전·월세 등 주거비 부담(4.9%) 순으로 응답, 경제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 지 보여주고 있다.이렇듯 멘붕은 사회전반적인 분위기와 맞물린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그 정도차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집단 우울증이라고 할 만큼 우리 사회는 신음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의 집중성은 세상 오만가지 일들을 접하게 만드니 그 정보들 속에서 당황스럽고 황당하여 멘붕 여건이 되는지도 모른다. 한국인의 불안 장애와 스트레스는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추측해보면, 멘붕은 실시간으로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상황에 정신력으로 버텨내야 하는데서 오는 당연지사다. 절대 정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강박심리도 내재해있다. 어쩌면 멘털이 붕괴되어 멍을 때릴 때 잠시 인간의 정신을 멈출 수뿐이 없는 것이다.이처럼 가벼운 생활상의 은어에서 출발해 극심한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표현하고 있는 멘붕의 대안으로 사회학자들은‘힐링(healing)’을 이야기하고 있다.멘붕과 힐링(healing)은 원인과 결과의 필연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힐링 역시 몸이나 마음을 치유한다는 간단한 단어로 시작해 올해 상반기 키워드로 등장한 만큼 가히 멘붕과 대적할만 하다.수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나 인간관계형성,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정신적 부담을 안고 빠져버린 멘붕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힐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요즘 힐링의 바람은 새로운 흐름의 전주곡이다. 인간성 상실과 내면의 상처로 인한 ‘마음의 병’ 또는 문화적 질병‘의 힐링은 멘붕을 이겨내는 유일한 외길이라는 말이다.보통서민인 우리들은 스트레스를 풀 곳이 마땅치 않아 술에 의존하거나 빗나간 행동, 속으로만 끙끙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화와 여가활동 등 삶의 힐링(healing)은 멘붕시대를 이겨내는 힘으로 활용하고 있다.힐링은 자연의 한 과정으로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천부적인 힘인 만큼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한 여성수필가는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치유(healing)의 진정한 의미는 한 개인의 삶에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이라고 했다. 멘붕의 시대, 나만의 힐링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수필가 김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