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일부 고교생 사이에서 성인 주민등록증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카페를 통해서도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제주지역 일선 학교 고교생 등에 따르면 최근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주민등록증을 사고파는 거래를 비롯해 대여가 이뤄지고 있다.
졸업생들이 모교 후배들에게 주민증을 판매하는가 하면, 가족 가운데 형과 누나의 것을 몰래 훔쳐 판매하거나 빌려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카페에서도 성인 주민증 거래가 보란 듯이 이뤄지고 있다. 중고물품 카페에서 ‘주민증’ ‘민증’ 등의 단어만 검색해도 쉽게 주민증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거래 가격은 평균 3∼5만원 선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민증에 사용되는 숫자와 크기가 같은 레터링 라벨도 거래되고 있다. 학생들은 이 같은 라벨을 주민증에 붙여 생년월일을 위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도내에서 한 고등학생이 술집에 들어가기 위해 레터링을 이용, 주민등록증을 위조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A학생(18)은 주민증의 ‘94xxxx' 숫자 중 ‘4’의 일부분을 파낸 뒤 ‘1’로 바꿔 술집에 들어갔다가 술집 주인에게 덜미를 잡혔다.
문제는 학생들이 성인 주민증을 술과 담배를 구입하거나 유해업소를 출입하는 등 탈선의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선 고등학교 등에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현행법상 주민증 구입자는 처벌할 수 있지만 판매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거래 사실을 적발하더라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주민증 판매자에 대한 처벌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김태원 의원은 “주민등록증을 도용해 범죄에 악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부정사용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며 “유사 범죄를 막으려면 경찰과 교육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성인 신분증을 구매·대여해 탈선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