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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25일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심의회’를 열어 ‘롯데시티호텔 제주’의 ‘투자진흥지구 지정 안(案)’에 대해 심의를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일단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총 23명의 심의위원 중 과반수를 겨우 넘긴 13명만이 참석, ‘롯데시티호텔 제주’의 ‘투자진흥지구 지정 안(案)’ 심의에 들어갔으나 위원들 간에 찬-반 의견이 맞서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보류됐다는 것이다.
사실 ‘롯데호텔’의 경우는 이번 심의회의에서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아예 부결시켰어야 했지만 그나마 가결처리 하지 않고 일단 보류시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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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단 상정된 ‘롯데호텔 투자진흥지구 지정’안(案)이 가결도, 부결도 아닌 보류라는 형태로 처리 됐다는 것은 언젠가 심의회에 재상정(再上程) 될 수 있음을 뜻한다.
그 때에는 이번 회의처럼 심의위원 13명만 참석할게 아니라 가능하면 23명 전원,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20명 정도는 참석해서 진정성 있는 찬-반 논의를 벌여야 한다. ‘투자진흥지구 지정’이 제사떡 나누듯 함부로 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건만 잘못 지정해 주어도 각종 세제 감면으로 수10억 원의 국가 및 지방 재정이 날아가 버린다.
따라서 심의위원들은 과연 ‘롯데시티호텔 제주’가 진실로 투자진흥 지구로 지정 받아 취-등록세, 관세, 재산세, 법인세, 개발 부담금 등 총 수10억 원대의 대여섯 가지 세금 감면혜택을 받는 게 정당한지를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야 한다.
제주특별법상 관광사업 등에 500만 달러 이상 투자자에게는 투자진흥지구지정으로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고 해서 이를 제삿집 떡 반 나누듯 한다면 이 제도의 장점이 도리어 폐단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롯데호텔 제주’는 한 재벌이 자사(自社) 이익을 위해 제주시 도심지, 그것도 최고의 노른자위에 22층의 호텔과 면세점을 짓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제주도에 이익을 준 다기 보다 고도제한 완화로 교통체증 등 도리어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는 사업이다.
솔직히 말해 이 호텔 자리는 고도(高度)와 관련해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원래 이곳은 고도가 55m에 불과했었다. 그러던 것이 부지 소유자가 롯데호텔로 바뀌면서 우근민 도정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당초 고도 보다 35m 나 더 높은 90m로 크게 완화시켜 주었다.
이 장소가 제주시에서 손꼽히는 교통체증 지역임을 감안하면 도리어 고도를 낮출 수 있으면 낮추어야 할 곳이 역(逆)으로 대폭 상향조정해 줬으니 누가 납득하겠는가.
고도제한 대폭 완화만으로도 롯데호텔은 큰 혜택을 입을 만큼 입은 셈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부족해 또 다시 수 10억 원의 세제혜택을 받으려고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원하고 있다면 아무리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요, 재벌이라 하더라도 너무 욕심이 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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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착공해 전체 공정이 상당부분 진척된 롯데호텔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할 경우 앞으로 제주시 도심지 어디든 롯데호텔 수준의 관광시설을 설치하거나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곳까지 모두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줄 자신들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번 심의회에서도 찬-반이 팽팽했다던데 지구지정을 찬성했던 위원들은 다음 심의회 때 사무사(思無邪)의 심정으로 롯데호텔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부결시켜 주기 바란다.
아무리 양약이라도 조제를 잘못하거나 오용하면 독약이 될 수 있다. 투자진흥지구 지정 제도(制度)도 같다. 잘못 지정해 주면 업체는 합법을 악용한 탈세가 가능하며 이를 승인한 당국은 합법을 악용한 탈세를 도와주거나 부추긴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런 우(愚)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