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자동차와 자동차의 충돌사고에 있어서는 신뢰의 원칙을 널리 적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자동차 운전자는 상대방이 차선을 침범하거나 도로의 좌측부분으로 운행하는 것까지 예상하여 이에 대비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고, 진행신호에 따라 직진하는 차량은 신호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차가 있음을 예상하고 사고를 방지할 의무는 없으며 그 사고책임 역시 없다고 한다.
즉 개별적인 사례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본인이 교통법규를 준수하여 운전할 때에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이 경우 사고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의 원칙에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규칙위반을 이미 인식한 경우나 상대방의 규칙준수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에 신뢰의 원칙 적용에 제한이 가해진다.
소방차량의 긴급출동시에 경광등을 켜고 싸이렌을 취명하는 이유도 그에 있다. 화재 및 사고현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는 과속을 하거나 신호를 위반하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경광등을 켜고 싸이렌을 취명하는 것은 긴급상황임을 알리고 상황에 따라 교통법규를 준수할 수 없음을 주변운전자들에게 인식시킴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다.
긴급상황이라 하여 무턱대고 신호와 속도를 위반하고 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재로부터 지켜야 할 개인의 생명, 재산과 더불어 도로상에서의 사고방지를 위하여 우리 소방서에서도 긴급차량 운행시 안전운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긴급차량은 도로교통법 제 30조에 따른 특례를 적용받지만 법 이전에 사고방지를 위한 안전운전이 우선임을 모두 명심하고 있다. 소방차량 및 구급차량들이 긴급상황에서도 안전운전을 위하여 애쓰듯 다른 운전자들도 긴급차량이 나타나면 양보하여 주는 미덕을 보여 주길 바란다. 시민과 소방조직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것이 학문상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신뢰의 원칙이라 생각된다.
안덕119센터 지방소방사 강상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