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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골조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롯데시티호텔제주’의 건설 부지를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주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제주도가 오늘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심의회’를 열어 이 문제를 심의키로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만약 오늘 회의에서 이 안건이 통과 된다면 이만 저만 큰 특혜가 아니다, 그것도 이중특혜(二重特惠)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롯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제주시의 대표적 노른자위 도심지(都心地)인 연동 구(舊) 제주일보 자리 약 2000 평의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22층의 관광호텔과 면세점을 건축하는 것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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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제주도내에서 각종 대규모 사업들을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의 이 사업은 제주도나 제주시 당국의 유치 활동에 의해 성사된 것이 아니다. 순수한 롯데그룹의 사업 계획에 의해 장래 수익성과 사업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자발적으로 선택한 자의적(自意的) 사업이다.
당초 롯데그룹이 이 부지를 매입하기 전에는 도시계획상 고도 제한이 55m였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이 부지를 사들이면서 제주도는 고도제한을 무려 90m로 대폭 완화해 주었다.
시민들의 반발에도 불구, 교통체증의 위험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제주도가 왜 이러한 특혜를 베풀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인근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롯데 호텔 건축과 관련, 연일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렇듯 획기적인 고도제한 완화만으로도 엄청난 특혜를 안겨 준 셈인 데, 오늘 또다시 ‘심의회’를 열어 이번에는 막대한 세제 혜택을 안겨주는 ‘투자진흥지구’ 지정 문제를 심의한다니 도대체 재벌 봐주기가 어디까지 가려는가.
만약 ‘롯데시티호텔 제주’가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될 경우 취득세-등록세-개발 부담금-관세-재산세-법인세 등 대여섯 가지 세금이 면제 혹은 감액된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혜택이 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늘 투자진흥지구 심의를 맡은 위원들은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사업계획 단계를 지나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을 새삼스럽게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주는 것이 소급 지정은 아닌지, 그렇다면 시설이 완공된 다른 사업에도 지정이 가능한지, 아무리 관광시설이라지만 1급 도심지의 숙박-판매 시설에까지 그러한 지구를 지정해도 되는지, 앞으로 누구든지 제주시 어느 도심지에서든 롯데호텔 규모의 관광시설을 할 경우 추호의 차별대우 없이 공평하게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줄 수 있는지 등 앞뒤를 잘 살펴 심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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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롯데 호텔은 투자진흥지구 세제 혜택 이상의 고도제한 완화라는 큰 특혜를 받았지 않았는가. 그러한 업체에 투자진흥지구 지정이라는 또 다른 혜택까지 부여한다면 이는 중복 특혜로 볼 수밖에 없다. 심의위원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구지정이 옳다고만 생각할게 아니라 심의위원이 아닌, 평범한 도민의 마음으로 돌아와 사안을 다시 한 번 되새겨 주기 바란다.
우리의 의견을 말하겠다. ‘롯데시티호텔 제주’에 대한 투자진흥지구 지정 안건은 당연히 부결돼야 마땅하다. 이유는 이중 특혜인데다 교통체증 부작용이 예상되며 재벌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도심지 사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