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설치되어 있는 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노인쉼터도 예외는 아니다. 도를 대표하는 기관이기에 제주시에 설치하는 것이 당연할 것 같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다. 오랫동안 학대당해 온 서귀포시의 노인이 제주시에 설치된 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용기를 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기관 종사자들도 일상적 과제가 산적한 마당에 서귀포까지 출장을 간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쉼터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쉼터는 학대를 당한 노인들을 위해서 일정 기간 숙식을 제공하면서 몸과 마음에 받은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는 곳이다. 쉼터가 직접 제공하는 도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인이 가까운 거리에서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도움을 간접적으로 연계해주는 활동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서귀포로부터 멀리 떨어진 쉼터는 서귀포 노인들이 이용하기도 힘들거니와, 이용한다 해도 충분한 휴식과 치유를 받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학대를 경험한 노인은 13.9%에 이른다. 서귀포 노인인구 2만 5천명 중 3,500명 정도가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가깝지 않아 신고도 못하는 노인, 신고했다 해도 가족으로부터 격리되어 안전과 휴식을 제공받을 방법이 없기에 2차 학대에 노출된 노인들이 서귀포에 얼마나 많을지 추측해 볼 수 있다.
학대로부터의 자유는 모든 인간의 ‘근본적 욕구’이다. 중요하긴 해도 덜 근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목적을 갖는 시설이라면 예산절감과 인구규모를 고려하여 제주시에만 설치하는 것이 때때로 용인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과 관련된 시설은, 비록 도를 대표하는 시설이라도 반드시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따로 따로 설치해 주어야 한다. 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노인쉼터는 근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기관과 시설이다. 반드시 서귀포에 따로 설립되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 도 노인복지 행정이 안목을 넓히고 올바른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한다.
제주도의회 의원 김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