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과연 혁신인가
이게 과연 혁신인가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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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지역혁신을 통한 국가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최대의 화두가 될 정도로 ‘분권과 혁신’을 외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행정혁신’을 비롯해서 ‘교육혁신’ ‘과학기술혁신’ ‘기업혁신’ ‘지역혁신’ 등 5대혁신과제를 내세워 추진하고 있다. 종전처럼 국가 중심의 집권·집중형 발전모형이 아닌, 지역이 주도하는 분권·분산형 발전모형을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혁신이란 무엇이고, 지역혁신은 왜 필요한 것인가. 혁신(革新)은 개혁과 비슷한 용어로 ‘새롭게 하는 일’이다. 구습(舊習)을 버리고 묵은 제도와 조직 등을 뜯어 고쳐 모든 것을 새롭게 함을 의미한다. 발상의 전환과 의식개혁도 포함된다.
 지금 세계는 ‘국가의 시대’에서 ‘지역의 시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국가가 통치는 하되 지배하지는 못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역’이 세계 곳곳의 중심단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지역은 중앙에 종속되는 지방이 아니라, 전체 중의 한 부분으로서 독자성과 평등성을 지닌 일정한 공간으로 급부상(急浮上)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단위보다 지리적 인접성을 갖는 지역수준의 경쟁력이 매우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지역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역혁신은 지방자치단체·대학·연구소·기업·언론 등이 강력한 협력체제아래 지역혁신 주체가 되어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성장동력을 창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지역과 국가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지역혁신의 의의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행정은 혁신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골치 아픈 것은 피해 가려는 무소신 행정’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복지부동’ ‘끌고 가려는 것보다는 끌려 다니는 도정’ 등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높이고 있는 언론 보도만 보아도 짐작이 가는 일이다. 혁신이 ‘모든 일을 새롭게 하는 것’이라면 잘못된 관행과 방법을 과감히 개선하고 시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제주도가 타 기관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는 ‘공관 어린이집’만 해도 그렇다. 제주도는 지난해 구랍, 공관 어린이집을 운영할 위탁기관을 모집하였다. 도내 두 대학이 신청서를 제출하여 경합을 벌이게 되었다. 문제는 이를 심의하는 보육위원 회의에서 발생하였다. 대학의 연구진이 오랜 시간을 공들여 작성한 각종 자료·신청서와 브리핑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휴지조각이 돼 버린 것이다. 심의는 평가이다. 평가는 반드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심사표를 작성하고 이를 점수화·계량화하여야 한다. 그래서 거기에 나타난 성적에 의해 결과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육위원회는 이와 같은 원칙과 공정한 평가는커녕, 무작정 무기명투표로 심의를 마무리짓고 말았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게 했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마력(魔力)이라도 작용했다는 것인가. 상대방의 신청서에는 투자계획 등 발전계획조차 제시되지 않았다는데도 말이다.   

 개혁·지역혁신을 부르짖고 있는 마당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가당치도 않은 황당무계한 사안이 21세기 자치행정에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당국은 이에 대해 착오는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두루뭉수리로 그냥 넘어가려 하고 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작태에 분노보다는 오히려 서글픔이 앞선다.
 혁신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행동으로,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대오각성·개과천선하여야 한다.    

이 용 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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