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 구조작업에 나섰던 제주해경 고속단정이 전복돼 외국인 선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당시 제주해경은 규정된 고속단정 정원을 초과해 승선시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8일 오전 7시13분께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서쪽 61km 해상에서 항해 중이던 말레이시아 선적 5463t급 화물선 ‘신라인(SHINELINE)호’에서 높은 파도로 적재된 화물이 이탈, 외벽이 파공돼 침수되면서 발생했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3000톤t 경비함정 등을 현장에 보내 배수지원을 하는 한편, 선박을 화순항으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계속된 배수작업에도 불구하고 타기실에는 바닷물이 유입됐고 이에 해경은 배수작업을 중지하고 선원들을 구조하기로 결정했다.
해경은 이때부터 ‘신라인호’ 승선원을 고속단정(길이 10m, 넓이 3.4m, 높이 1.2m) 2척에 옮겨 태우는 구조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가장 먼저 투입된 ‘넘버1’ 단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1차로 투입된 ‘넘버1’ 단정이 ‘신라인호’ 승선원 19명 중 11명과 해경대원 6명을 태우고 경비함으로 돌아오던 중 낮 12시26분께 높은 파도에 휩쓸려 전복되고 만 것이다.
이 사고로 외국인 선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해경대원 1명이 한때 중태에 빠졌다가 현재는 의식을 되찾았다. 당시 사고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4m의 높은 파도가 일고 있었다.
문제는 고속단정의 정원은 11명이지만 사고가 난 단정에는 6명이나 많은 17명이 타고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넘버1’ 단정에 이어 추가 투입된 ‘넘버2’ 단정을 조금만 더 일찍 보내 분산시켜서 태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고 있다.
때문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에서 단정 1척에 선원들을 무리하게 태웠다가 사고를 부른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제주해경은 19일 해명자료를 내고 “단정에는 11명 정도 타는 것이 적정하지만 인명구조 활동을 주임무로 하는 만큼 긴급한 상황에서는 적정인원을 초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극동선박설계 연구원 의견에 따르면 해경이 보유한 고속단정의 경우 평상시 30여 명까지 태울 수 있다”며 “하지만 감항성과 복원성 등을 고려하면 11명이 적정인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고속단정의 직접적인 침몰원인에 대해선 ‘삼각파도’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각파도란 물결의 방향이나 형태가 흐트러져 꼭대기가 극단적으로 뾰족해진 것을 말하는 데 선박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제주해경은 “단정이 전복된 원인은 적정인원을 초과했기 때문이 아니라 귀선하는 과정에 제주해역의 특징인 ‘삼각파도’를 만나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해경은 조준억 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한 20명 규모의 특별수사단을 꾸려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