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박물관, 정부가 매입하라
제주평화박물관, 정부가 매입하라
  • 제주매일
  • 승인 201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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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손에 넘어간다면 대한민국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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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등록문화재이자 전쟁사적지(史蹟地)인 가마오름 ‘일제동굴진지’(日帝洞窟陣地)와 여기에 세워진 ‘제주 전쟁역사 평화박물관’이 결국 일본인에게 팔릴 것으로 보여 국가적 자존심에 먹칠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가마오름 일제동굴진지는 1939년 발발한 이른바 ‘태평양전쟁(太平洋戰爭=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식민지 제주에서 최후의 일전(一戰)을 치르기 위해 파 놓은 수많은 군사용 인공동굴 중 하나다. 다른 일제진지동굴들에 비해 규모가 가장 큰 것이 특징이다. 이 인공동굴을 뚫기 위해 일제는 무고(無辜)한 도민들을 강제 징용 해다 노역을 시켰다. 제주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역사에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통한(痛恨)의 현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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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현장에, 뜻 있는 한 민간인이 거액의 자비를 들여 ‘제주 전쟁역사평화박물관’을 건립, 개관한 것이 지난 2004년의 일이다.  평화박물관을 세우는 데는 약 46억 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동굴 복원에 20억, 박물관 건립과 자료 수집 등에 26억 원이 투입됐다는 얘기다. 일본제국주의의 호전성(好戰性)과 영토침탈의 반인류성(反人類性)을 고발하고 전쟁 사적지를 보존함으로써 후세들의 교육장으로 삼으려는 건립자의 뜻이 실현 되는가 했다.

 특히 이 진지동굴과 평화박물관의 가치를 인정한 정부 당국은 2006년 ‘국가등록 문화재’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평화박물관의 운영이 설립자의 뜻과 같지 않았다.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쌓이는 부채가 원인이었다. 한 개인이 운영하기에는 박물관 규모와 진지동굴이라는 역사성이 너무나 무거웠던 것이다.

 진지동굴을 포함한 평화박물관을 매각하려고 내 놓은 이유다. 하지만 제주도내에서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일본인 중에는 매수희망자가 나타난 모양이다. 평화박물관을 일본인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서명운동도 있었지만 문화재청 조차 매입 가격 이견(異見)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감정가격이 겨우 2억7400만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전시자료만도 국가기록물 등 280권, 그 외의 자료와 유물 등이 무려 2000여 점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적 가치를 배제한 채 땅값만으로 평가했다니 감정 자체에도 문제가 많은 듯하다. 일본인이 왜 매입을 희망하고 있는지부터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박물관측은 일본인 매수희망자와 최근 매매 각서를 작성, 오는 12월 1일 정식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니 충격적이다. 만약 일제진지동굴 박물관이 일본인 손에 넘어간다면 역사가 왜곡될 수가 있다. 저들의 후손들에게 이 진지동굴과 박물관을 보여 주면서 “우리 선조들은 동양 평화를 위해 이렇게 목숨을 바쳐 전쟁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역(逆)으로 미화시켜 역사를 날조, 왜곡해 선전의 장으로 삼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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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대한민국의 올바른 역사와 자존을 수호하기 위해서도 평화박물관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박물관 측과 절충을 벌여 적정가격으로 문화재청이 매수토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박물관 측도 협조해야 한다. 국가등록문화재를, 그것도 일제의 전쟁야욕과 영토 침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전쟁사적지를 바로 그 상대국 사람에게 팔아넘긴다면 국격의 손상이요, 민족자존의 훼손이며, 역사의 수치다. 또한 자손들에게는 부끄러운 조상으로 남게 될 뿐이다. 정부-박물관 측 모두 숙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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