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계 평화의 섬' 선포
제주 '세계 평화의 섬' 선포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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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주도가 드디어 27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됐다. 여기에 ‘드디어’라고 토를 다는 이유는 제주 평화의 섬이 화두로 떠오른 지 10여 년만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주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 선포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민으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제주 세계 평화의 섬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외교통상부 등 관련 부처 장관을 비롯, 김태환 제주지사 등 도민 대표들이 배석한 가운데 서명을 함으로써 만방에 선포되었다.

제주 평화의 섬은 “국가가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고, 평화관련 사업에 행ㆍ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12조에 근거해 지난해 7월 마련한 ‘세계평화의 섬 지정계획안’에 대해 관계 부처 등의 협의와 심의를 모두 마치고 이날 역사적인 대통령 서명식을 가짐으로써 효력을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제주도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정착에 기여함은 물론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제회의 및 투자유치 등에도 상당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2.

사실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것은 그 동안 제주도만이 갖고 있는 정상회담 개최 경험의 축적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91년 4월 고르바쵸프 당시 소련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해 한-소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 국가의 정상급 인사들이 현직에 있을 때 우리 나라와의 회담을 위해 제주를 찾았던 것.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북한 특사인 김용순 노동당 비서가 제주를 방문했었고 남북 장관급 회담이 제주에서 열리기도 했다.

특히 제주도민들은 북한에 감귤 보내기 운동과 남북민족평화축전 개최 등을 통해 ‘평화’의 의지를 심어 오면서 평화의 섬 이미지를 내외에 과시해 왔다.
따지고 보면 9ㆍ11테러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으로 ‘평화’는 21세기의 중심의제로 떠오르고 있을 뿐 아니라, 해방 후 4ㆍ3사건으로 아픔을 겪었던 제주도민들로서는 평화에 대한 열망이 다른 어느 곳 보다도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제주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선포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3.

그러나 평화의 섬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말이 없다.
평화관련 국제회의를 유치하고 평화센터를 건립하며 4ㆍ3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등의 사업 내용만으로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 정도라면 구태여 평화의 섬이 아니라도 가능하다.
또 평화를 브랜드로 내세워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추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정했다고 해서 제주의 평화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공인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이 제주만의 전매특허일 수도 없다. 한마디로 선언적 의미 외에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본란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평화란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만도 아니요, 적대세력간의 균형유지만도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의의 실현이자 개인의 복지가 일정하게 확보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인권의 가치가 우선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쾌적한 환경을 중시할 때 평화는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이다.
제주 평화의 섬이, 다만 지정과 선포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평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당위가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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