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잡나 못잡나"
"안잡나 못잡나"
  • 김덕남 대기자
  • 승인 2005.0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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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그늘에서 무자비한 공격

사이버 세상엔 법이 없다. 무법천지다. 인터넷 바다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더럽고 추잡한 욕지거리가 인분처럼 덩어리 덩어리 떠다니고 있다.
지금 사이버 세상에는 복면을 한 '언어 테러리스트'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와 음해, 인신공격과 명예훼손은 이미 사회적 허용의 한계 치를 넘어섰다.
그들은 비겁하게 익명의 그늘에 숨어 무자비하게 상대의 등을 찌르고  지근지근 인격을 씹어 뱉는다. 증오의 칼로 상대의 가슴을 도려내고 피가 낭자하게 상대의 인격을 난자하는 인터넷 언어 폭력은 이미 인격 살인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들은 대개의 경우 '사일록'처럼 야비하고 시궁창을 헤집는 들쥐처럼 비루하다.
이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다. 그래서 뿌리를 캐서 찢어 발겨야 할 악의 종양이다.
아무리 '익명성이 온라인 문화의 핵심'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를 병들게하고 썩게 만든다면 과감히 도려내는 것이 옳다. 그것이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붕괴시키는 병균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인터넷 언어폭력에 무방비

사실 익명성에 숨어 저지르는 인터넷 언어 폭력의 파괴적 공격성은 이미 건전한 의사소통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증오의 토악질을 담아 쏟아내는 저주의 배설구로 악용될 뿐이다.
인터넷의 익명성은 선동자들에게는 얼굴을 가리는 가면이다. 왜곡.날조 된 정보를 확산시키는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이같은 허위날조가 한번 뜨고 나면 아무도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버 세상에서는 정의와 불의가 착종(錯綜)되고 윤리와 도덕이 실종된지 오래다. 악다구니 험담과 공격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발전시킨 인터넷 기술이 오히려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하고 있을까.
인터넷 폭력에 대한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차별 폭로와 인신공격의 장으로 확대되는 사이버 범죄를 응징할 사이버 치안기능에 대한 불신은 여기서 비롯된다.
최근 제주대학교 총장 선거와 관련해서 이대학 선거관리위원회가 경찰과 검찰에 "철저하고 동정하게 수사를 하여 익명의 악의적 게시자의 신원을 밝혀 달라"고 소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檢.警 사이버 수사 불신 확산

제주대학교 총장후보 선거 관리위원회는 "선거 기간중 특정후보를 유리하게 하거나 불리하게 하기 위한 불순한 내용의 글들이 익명으로 인터넷 상에 유포됐고 이것이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검.경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같은 엄정 수사 촉구는 사이버 수사와 관련한 진원지가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시중에 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인은 잡았는데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없는 일로 한다"는 것이 소문의 핵심이다.
여기에서 경찰수사에 대한 '외부 압력설'과 '특정 인맥 연고' 등으로 새끼치며 살이 불어나는 유언비어는 검고 음습한 '어글리 커넥션'이다.
여기에다 수사의뢰 한 달이 넘었는데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경찰을 향해 "도대체 못 잡는 것이냐, 안 잡는 것이냐" 비아냥 소리도 한몫 한다. 모두 검.경 수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근거 없는 설(說)이나 유언비어가 민심을 어지럽히는 사회는 불안하다. 건강한 공동체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경으로서는 불쾌하고 미치고 환장 할 노릇일 것이다. 검.경이 본때 있는 수사를 통해 하루 빨리 범인을 잡아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이는 검.경의 사이버 수사능력을 평가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그래야 유언비어가 갈아 앉고 불신을 잠재울 수가 있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인터넷 테러를 통해 총장이 되겠다는 반 지성적 행태를 이번 수사로 뿌리를 뽑을 수 있다면 비열한 공격무기로 악용되는 인터넷의 익명성은 조금은 조심스러워질지도 모른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려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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