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수능
11월 8일, 수능
  • 제주매일
  • 승인 201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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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3학년과 그 부모님에겐 힘든 계절이 돌아왔다. 수능을 말함이다. 아예 연초부터 힘든 1년이었으리라. 건너뛸 수도 그냥 지나갈 수도 없으니, 수능이 지날 때까지는 막막하고 답답함이 무엇에 비길까 싶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힘든 노력으로 이겨내는 방법을 제외하곤 요행이 없다.

 수능은 어차피 생존경쟁의 사회에서 처음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노력한 만큼 실력이 향상되지 않아 낙망할지라도 다음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어려움을 참아가며 수능에서 빛나는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생존경쟁의 첫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사람의 특성상 똑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으니 살아가는 모습 또한 그렇다.

 30여 년이 가까워 오지만 머리 속에 선명히 남아있는 모 판사의 명칼럼이 있다.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모두 판검사가 된다면 말단 공무원은 누가 하며 청소부는 누가 하겠는가. 차 한 잔을 파는 찻집의 아가씨도 있어야 세상사는 것이 재미있지 않겠는가.’라는 요지의 칼럼이었는데, 언젠가는 나도 신문칼럼을 써 보게 된 동기였다. 중앙지의 쟁쟁한 칼럼니스트가 될 기회는 없었지만, 위만 바라본다고 잘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참으로 그 판사의 칼럼이 머리 속에 강렬하게 남았기에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잘 쓰진 못하고 있지만 기회는 주어진 것이다.

 무리한 노력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을 수 있으면 그것이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길일 것이다.

  수능을 위해서 1년을 노력한 것이 아니라 3년을 꼬박 노력한 것이다. 졸리는 눈을 비벼가면서, 때로는 약간의 감기, 몸살까지 이겨 내가면서 공부했을 그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 ‘세상에서 공부보다 더 쉬웠던 것은 없었다.’고 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공부는 싫고 힘든 것임을 누가 모르겠는가.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최선을 다했으면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 일이다. 욕심이 없는 것도 문제겠지만, 스스로를 가장 잘 알고 가늠할 수 있는 것 또한 그 자신이다.

  이제 한 달,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모든 일에 카운트다운은 가슴 조이는 순간들이 지나간다.

 큰 일이 지나갈 때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를 믿는다. 지나가지 않고 머물러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랜터 윌슨 스미스의 책에 나오는 말이다.

 어느 날 페르시아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오도록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자를 일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했다. 빈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사랑 없는 시대에 살면서 한 번도 떠올려 보기 쉽지 않은 사랑의 언어들을 문득 생각해 본다.  배려, 희생, 결실, 눈물, 인내, 즐거움, 선물, 기다림, 신뢰, 열정, 이해, 기쁨, 협력, 스킨쉽, 약속, 믿음, 소망, 봉사 등이 모두 사랑의 언어가 아닌가.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사랑의 언어들을 떠올리면서 끝까지 갈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잠들지 못하면 밤이 길고, 피곤하면 길이 멀고, 어리석으면 삶이 길다고 했다.

 어느 전문대생은 “예전에는 전문대 졸업자를 뽑던 회사들이 올해는 고졸을 함께 뽑고 있어 취직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수능은 결국 취업으로 가는 문일 수 있는 만큼 벌써부터 대처를 해야 한다.

 4년제 대학이 졸업 시에는 취업이 얼마나 어려워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일자리가 충분할 만큼 상황이 좋아진다면 바랄 나위가 없지만, 늘 희망사항이었다.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고, 2년, 4년 후를 기대해야 한다.

 인생의 시작이다. 수험생 여러분, 건강하시고 모든 일에 희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오태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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