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평화박물관은 지난달 30일 동경에서 일본의 한 인사와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가마오름 일제 동굴진지에 대한 매각 각서를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제주평화박물관은 이영근 관장이 자비를 들여 2004년 개관한 민간사설 박물관으로, 국가기록원 등 280권의 자료와 유물 2000여점을 비롯해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지하 요새로 활용된 가마오름 동굴진지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관장이 발굴한 동굴진지는 당시 제주도에 만들어진 동굴 중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2006년에는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재정난 등이 박물관 운영에 발목을 잡았다. 한 개인이 운영하기엔 박물관이 너무나 큰 규모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매입 의사를 밝히는 곳이 없자 이 관장은 해외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일본의 한 단체에서 매입 의사를 밝혔고, 이 때문에 동굴진지가 일본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굴진지를 지키기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 등이 진행되자 제주도는 문화재청에 국비로 평화박물관을 매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문화재청이 매입에 나섰으나 감정평가액 이상으로는 매입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동굴 복원에 약 20억, 박물관 건립에 26억원이 들어갔으나 감정액은 2억7400만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는 동굴 안의 전시 시설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문화재적 가치를 배제한 채 순전히 땅값만 평가됐기 때문이다.
이영근 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화재의 가치를 올리고 보존해야 할 문화재청이 문화재적 가치 평가에는 인색했다”며 “문화재청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매입 의사를 밝히는 곳이 없어 어쩔 수없이 매각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각서에는 박물관 측이 오는 11월30일까지 다른 단체나 기관, 개인 등과 새로운 계약을 성사하지 않을 경우 12월1일 실제 매입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