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상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려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또 슈퍼에 가서 음료수를 살 때 그 값을 치른다. 빵을 만들기 위한 밀가루를 살 때도, 시장에 가기 위해 버스를 이용할 때도 그 대가를 지불하는데, 이를 비용이라고 한다.
이렇게 화폐적 가치로 계산해서 지불하는 비용 말고, 선택의 대가로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있다.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하면 그 선택으로 인해 다른 선택을 포기하거나 희생해야 하는데, 포기하는 대안 가운데 가장 좋은 가치를 진정한 기회비용이다. 경제적 사고방식에 따라 비용을 상대적 개념으로 파악한 경우다.
내가 가진 돈으로 바지를 샀다면, 그 돈은 책이나 빵을 살 수도 있었던 돈이다. 즉 바지를 샀기 때문에 다른 것을 사지 못하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회비용은 얼마를 주고 샀느냐보다 그로 인해 내가 포기해야 했던 선택이 무엇인가를 설명해 준다. 내가 가수의 길을 선택했다면 내가 영화배우· 변호사의 길을 포기했다는 말이다.
우리들도 이번 대선투표에 어느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전적으로 우리들의 감당할 몫이다. 우리들뿐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 까지도 비용의 부담을 안겨주는 선택이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인 대선정국이다.
이번 대선정국은 경제민주화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을 애써서 외면하는 형국이다.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야 표가 더 되는 잘못된 사회분위기를 젊은이들에게 잘 알리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하는 말이다.
MBC 주말 드라마 사극인 ‘무신’이란 드라마 스토리다. 고려시대에 무신정권의 전횡이 극에 달해 잘못세운 도방의 지도자 최항을 향해 쓴 소리로 목숨을 건 한 충신의 정기(精氣)가 돋보였다. 당시 몽고와의 오랜 전쟁으로 강화로 천도한 최우의 후계자로 서자인 최항이 옹립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별장 김준의 목숨을 건 충정어린 충언(忠言)들이 사극에서 돋보여진다.
나는 자연스레 그 당시의 상황과 분단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오늘날의 한국정치판을 비교해 보면서 유력 대선주자 주변에 그러한 충신(忠臣)들이 얼마나 있고 얼마나 충언(忠言)을 하면서 제대로 대통령후보들을 보좌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후보들에게 소탐대실의 소인배적인 길을 권하면서 자신들의 이득만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생계형 서민들이 증가하면서 먹고사는 민생문제가 서민들에게는 더 크게 와 닿지만, 더 큰 문제는 나라의 안보가 아닐까? 안보가 안 되면 경제도 없고 민주화도 설자리가 없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권력의 역사는 간신(姦臣)들을 가까이 두고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는 나라도 망치고 자신도 망치는 역사를 우리는 수없이 인류사에서 보아왔다. 오늘의 우리들은 이러한 면에서 예외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이념(理念)의 시대는 갔으니 이제는 복지확대를 중심으로 민생에 힘쓴다는 대선메시지가 주류를 이루고 안보문제는 등한시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망국적인 선거 포퓔리슴이다.
제주해군기지건설문제, 독도문제라는 진실 앞에서 현실적으로 국력의 약한 우리나라가 도덕성과 정당성논리만으로 국제사회에서 승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인가?
구호와 허상이 아닌 실체와 힘만이 최후에 승리를 담보하는 세계사의 변천사에서 우리나라가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오판의 극치다.
지금 대선주자주위엔 이러한 문제의 본질(本質)을 말하고 남남갈등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해결을 주장하는 충정들이 없는 모양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표만 의식하고 가장 중대한 나라의 문제를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속으로는 준비하는지 몰라도 대한민국을 반대하는 국내의 잘못된 세력들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는 후보는 나의 눈으로는 잘 안 보여서 하는 말이다.
민주적 다양성(多樣性)을 먹고 사는 민주주의라도 나라의 토대인 안보와 경제를 떠난 사회균열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치열한 인식이 부족한 후보들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더 악화되고, 책임질 수 없는 수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인기 성 정책과 선심성 공약만이 국민들의 관심이 되고, 정작 나라의 가장 중요한 무형의 자산인 역사의식과 안보인식은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 후손들의 몫이다.
올림픽 5위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경제적 양적 수치와는 별개로 수면 하에서 점점 더 삭아가고 있는 사화통합약화와 남남갈등의 점진적 확대는 대한민국 스스로에게 가장 큰 적(敵)으로 돌아와서 우리 후손들을 매우 힘들게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근시안적인 처방들과 소탐대실의 선거포퓔리슴은 궁극적으로 미래 후손들에게 큰 짐만 안겨준다면 역사적으로 우리는 부덕한 세대가 되는 것이다.
수필가 김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