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인사권 독립은 꼼수(?)
도의회 인사권 독립은 꼼수(?)
  • 제주매일
  • 승인 201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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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간 인사교류 중단” 도지사 발언 논란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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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회 ‘인사권 독립’의 성격이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겉으로는 도가 도의회 인사권 독립을 수용하는 듯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인사권 독립에 재를 뿌리는 꼼수를 두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어서다.

 도의회는 최근 이사관(2급)급 도의회 사무처장을 자체 승진시키고 서기관 급 전문위원 3명을 개방형 직위나 별정직으로 자체 채용하며 5급상당의 정책 자문위원을 추가로 자체 채용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도에 보낸바 있다.

 집행부에 대한 감시 기능 강화와 전문성 제고를 통해 도의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도의회 인사권 독립’ 주문이었다.

 이에 대해 도에서는 정원관리에 문제점을 들어 불가 입장을 보였었다. 도의회 요구대로 서기관 급 직제를 도의회에 줄 경우 도의 일반직 서기관 자리가 줄어들어 인사 적체 등 정원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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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반대 입장을 보여 도의회와의 갈등 양상을 보였던 도가 전향적 자세로 돌아 선 것이다. 우근민 지사는 26일 확대 간부회의에서 도의회 인사권 독립과 관련해 ‘도와 도의회 간 인사 교류 중단’, ‘도의회 사무처장 승진 포함 자체인사 인정’, ‘공무원 채용시 도의회 근무 희망자 구분 선발 및 임용’ 등 3가지 방안을 도의회에 제시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회 사무처 직원의 인사를 자체적으로 하겠다는 도의회의 인사권 독립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우지사의 제안에 도의회에서도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희수 도의회 의장은 “제주도의 제안은 일부 경직된 내용이 있긴 하지만 획기적이고 전향적으로 평가 한다”고 했다. 박의장은 이어 도와 도의회간 인사 분리 운영 등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오는 28일까지 도지사와 의장간 협약을 체결, 관련 법령 개정 등 후속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의 입장을 보는 일반의 분석은 너그럽지만은 않다. 도의회 박의장이 우지사의 노련한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분석이 많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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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지사는 도의회의 인사권 독립을 수용하면서 ‘도와 도의회 간 인사 교류 중단’을 내세웠다. 이는 도 공무원 사회에 매우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인사교류가 중단 될 경우 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도청 진입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그리고 도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승진문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의회 사무처 서기관 급 공무원들은 거의 서기관으로 퇴임 할 수밖에 없고 사무관급 이하도 서기관 급 퇴임 때까지 승진이 차단돼 도청공무원과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지사가 도의회 인사권 독립을 수용하면서 도와 도의회 간 인사교류 중단을 선언한 것은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둔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인사적체와 관련한 도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감정을 자극해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키고 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반발을 유도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도의회 사무처 직원들에 의해 도의회 인사권 독립요구를 무산시키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도의 도의회 인사권 독립 수용 배경이 여기에 있다면 “우지사는 노회한 인사 꼼수의 달인이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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