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에 폭력까지···‘서글픈 노년’
폭언에 폭력까지···‘서글픈 노년’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2.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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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노인학대 신고 50건 접수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는 데도 도저히 집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매년 10월 2일은 노인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지정된 노인의 날이다. ‘제16회 노인의 날’을 며칠 앞둔 27일 오전 한 공원에서 A 할머니(76)를 만났다.

A 할머니는 언젠가부터 시작된 아들의 구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집을 뛰쳐 나왔다. A 할머니가 집을 나온 지도 어느 새 두 달이 흘렀다. 현재는 동네 어르신의 집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A 할머니는 “시간이 갈수록 아들의 폭언과 폭력이 심해져 갔다”며 “게다가 아들이 집을 비우면 며느리까지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훔쳤다. 그 만큼 할머니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다.

A 할머니와 같이 도내에서 ‘매 맞는’ 노인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27일 제주도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50여 건의 노인학대가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경우 35건이 접수됐으나 이는 학대가 증가 했다기보다는 학대 신고가 늘었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학대 유형(중복)은 신체적 학대가 3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정서적 학대 33건, 경제적 학대 14건, 방임(자기방임 포함) 21건 등으로 집계됐다.

학대 가해자로는 아들이 가장 많았고, 이어 배우자, 며느리 등의 순으로 나타나 가족에 의한 학대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의 가장 큰 문제는 학대를 단순 가정문제로만 판단하고 숨기려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대 가해자가 학대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심코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학대 피해자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선다 하더라도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 가해자들이 학대라고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의식자체가 변해야 하는 게 우선이고, 학대 신고율도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인학대는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전문적인 상담이 이뤄져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노인 스스로도 학대 등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기관 또는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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