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속해 있는 북서태평양에는 매년 평균 25.6개의 태풍이 발생하여 이 중 2~3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태풍의 위력은 9월에 발생하는 가을 태풍이 여름에 발생하는 태풍을 압도하는데, 이것은 태풍발생 해역의 해수온도가 점차 상승하여 9월에 가장 고수온이 되기 때문이다.
이 무렵의 태풍은 고온의 바다에서 공급되는 수증기를 에너지로 대부분 강력하게 발달하는데, 과거 제주도에 큰 피해를 주었던 ‘사라(1959)’, ‘매미(2003)’, ‘나리(2007)’ 등이 그러한 예이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5개의 태풍이 제주도에 영향을 주었다. 7호 ‘카눈(7.18~19)’, 10호 ‘담레이(8.2~3)’, 15호 ‘볼라벤(8.27~28)’, 14호 ‘덴빈(8.30)’, 16호 ‘산바(9.16~17)’가 그것이다.
특히, 제14호~16호까지는 관측이래 처음으로 세개의 태풍이 연달아 북상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하였다. 이는 올해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가 우리나라 주변으로 형성되었고, 중국 내륙으로 대륙고기압의 확장하면서 이 두 고기압 사이에서 한반도는 태풍이 올수 밖에 없는 대기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볼라벤’ 내습당시 순간최대풍속은 49.6m/s(지귀도)로 5번의 태풍 때마다 초속 30~40m 이상의 강풍이 불어 닥쳤고, 강우량도 기록적이었다. ‘산바’는 진달래밭에 845mm 등 한라산에 600~850mm의 물 폭탄을 쏟아 부었고, 해안지역으로도 150~400mm의 폭우를 동반했다. 이 밖의 다른 태풍들도 100~300mm의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태풍피해는 이틀 간격으로 내습한 ‘볼라벤’과 ‘덴빈’때 집중 되었다. 중국어선 좌초로 발생한 15명의 사상자를 제외하면 도민의 인명피해는 없었고, 공공 및 사유시설에 572억원의 재산피해만 있었다.
‘산바’로 인한 피해는 아직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재산피해만 12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볼라벤’과 ‘산바’는 역대 제주도에 많은 피해를 주었던 ‘나리’나 ‘매미’ 태풍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세력으로 최소한 비슷한 정도의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 했었다. 적지 않은 피해임에는 틀림없으나 과거 태풍피해와 비교해 볼 때는 훨씬 적은 양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태풍이 북상할 때마다 방재기관을 찾아 태풍정보와 위험기상시나리오를 설명하고 안전대책을 당부하였다. 관계기관에서는 사전 대책회의와 현장점검 등을 발 빠르게 시행하였다.
제주도청 및 시청의 공무원들은 직접 현장을 찾아 예찰활동을 하였고, 주민들도 농업, 수산업, 관광시설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취약한 부분을 철저히 점검하는 등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도지사와 시장이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함으로서 인명피해 없이 재산피해를 최소화 할수 있었다. 가정과 사무실에서도 창문에 신문지나 테이프를 붙이면서 태풍에 대비한 수고와 번거로움을 감내하는 향상된 시민의식을 보였다.
앞으로도 태풍은 매년 발생할 것이고, 그 중 몇 개는 올해처럼 우리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국가태풍센터는 최근 10년간 태풍의 평균최대풍속은 30년 전보다 1.7m/s 증가했고, 중심기압도 4.2hPa 떨어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향후에는 훨씬 더 강한 태풍이 내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발생하는 태풍을 막을 수도 없고, 방향을 돌릴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책이라면 오직 발표되는 태풍정보를 믿고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는 길 뿐이다. 이것이 이번에 5개의 태풍이 지나가면서 우리에게 던져준 교훈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진국 제주지방기상청장